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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광고계의 거장] 시겔라 하바스 그룹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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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 6위 글로벌 광고 대행사 하바스 그룹의 자크 시겔라(79) 부회장은 4일 서울 종로구 당주동 하바스코리아에서 한 인터뷰에서 “돈을 투자한다고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며 창의력과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정현 기자]

“대중 상품도 제품의 속성을 강조하기보다 이미지와 브랜드를 내세워 명품처럼 팔아라.”

 글로벌 6위 광고대행사인 프랑스 하바스그룹의 자크 시겔라(79) 부회장은 4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하바스그룹의 광고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세계 광고계의 거장이다. 약학 박사 출신으로 프랑스 잡지 ‘파리마치’ 등의 기자·편집장을 거쳐 30세에 광고계에 뛰어들었다. 35세에 그가 동료들과 설립한 프랑스 광고회사 RSCG는 이후 유로콤과 합병을 거쳐 하바스로 성장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위기는 차별화의 기회”라며 “기업들은 대담한 아이디어로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겔라 부회장은 또한 “경제 위기 때 식품·세제 같은 대중 상품들이 브랜드나 이미지보다는 상품 자체 성능을 전달하는 식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예가 자신이 20여 년간 진두지휘한 프랑스 생수 ‘에비앙’ 광고 캠페인이다. 그는 “생수의 속성을 맛으로 표현하지 않고 아기들이 주는 젊음의 이미지로 표현했다”고 했다. “이런 이미지가 형성되면 사람들은 에비앙을 마시는 것은 젊음을 마시는 것으로 여긴다”는 부연 설명이다. 이런 전략의 연장에서 2009년 아기들이 기저귀를 차고 롤러 블레이드를 타는 ‘에비앙 롤러베이비’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유튜브에서 2억 명이 볼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루이뷔통 얘기도 꺼냈다. 루이뷔통은 45년 전 프랑스에만 매장이 단 2개 있을 때부터 그가 광고를 맡아온 브랜드다. 그는 루이뷔통이 성공을 거둔 요인이 “소비자들의 열망을 건드려야 한다는 명품 산업의 속성을 꿰뚫어본 데 있다”고 진단했다. 이국적인 장소에 고급스러운 루이뷔통 백을 놓고 촬영하는 고급스러운 광고는 “여행에 대한 꿈과 열망을 불러일으키고자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품보다는 ‘열망이나 꿈’ 같은 이미지를 이야기하는 이런 명품의 마케팅을 명품 아닌 일반 제품도 차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시겔라 부회장은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기업들이 광고·홍보를 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을 짚었다. 그는 우선 “과거 광고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수직적 구조였다면 요즘은 물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퍼지는 듯한 원형 구조”라고 했다.

 “인터넷과 동영상·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메시지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시대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들수도 파괴할 수도 있는 시대다.”

 이어 그는 세계적인 식품업체 다논의 예를 들었다. 다논은 250명 직원이 근무하던 공장을 80㎞ 떨어진 다른 곳과 합치려다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사랑받는 브랜드 순위가 20계단 이상 추락하는 일을 겪었다. “요즘 기업에 마케팅이나 위기관리는 전쟁이나 마찬가지”라며 “저격수를 저격하듯 바로 부정적인 메시지에 대응하지 않으면 때를 놓친다”고 시겔라 부회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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