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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제 많은 법정관리제도, 다시 고칠 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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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웅진의 법정관리 신청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채권단은 고의 부도 의혹을 제기한다. 그 밑바닥에는 현행 법정관리제도의 맹점이 깔려있다. 법정관리를 받아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존 관리인 유지(DIP) 제도에 대한 불신이다. 법정관리를 받으면 경영권도 유지할 수 있고, 채무도 탕감받을 수 있기에 웅진이 부도를 냈다는 의혹이다.

 이런 의혹을 받을 정도로 웅진의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 석연찮은 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단정하기 힘들다.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웅진의 설명 역시 일리가 있다. 다만 의혹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현행 법정관리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난 건 분명하다. 특히 DIP제도의 문제다.

 2006년 4월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 이전에는 기업주들이 법정관리를 극구 기피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를 받으면 기업주의 주식은 모두 소각되고, 경영권도 상실했기 때문에 기업주들은 ‘그럴 바에야 갈 데까지 가보자’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부실이 심화되고 사회·경제적 충격도 커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DIP제도가 도입됐지만 이 역시 웅진 사태를 계기로 부작용이 드러났다. 법정관리를 받을 정도로 경영을 잘못한 기업주는 별로 손해 보지 않는 반면 책임이 없는 하청기업·채권단·투자자만 오히려 손실을 보는 불공평성의 문제다.

 웅진을 둘러싼 논란 역시 이 같은 제도의 허점에서 비롯됐다. 웅진뿐 아니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다른 부실 기업이 공히 안고 있는 문제이기에 제도를 다시 수정할 때가 됐다고 본다. 부실 기업주에게 당근만 줄 게 아니라 채찍도 같이 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제도 운용의 묘를 어떻게 살리는가 하는 방안이다. 현행 법규상으로도 부실 기업주가 자동적으로 경영권을 갖는 건 아니다. 부실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주는 경영자가 될 수 없다. 다만 법정관리를 책임지는 법원이 그동안 관성적으로 부실 기업주를 경영자로 재선임했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 법원이 사안별로 책임의 경중을 따져 제대로 경영자를 선임할 수 있을지, 그 방안도 같이 강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