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공시이율 뚝뚝 저축성보험 어찌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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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부 서모(37·서울 서초동)씨는 지난 7월 가입한 저축성 보험만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하다. 서씨는 당시 “저축보험 공시이율이 은행 예·적금 이자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는 은행 직원의 권유에 한 손해보험사 저축보험에 들었다. 하지만 공시이율은 두 달 만에 0.4%포인트 떨어졌다. 서씨는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라면 보험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냐”며 “손해를 일부 감수하고라도 해지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저축성 보험 공시이율(이자율)이 급락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공시이율은 각각 4.7%, 4.4%로 6개월 전에 비해 0.3~0.5%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이달 들어 삼성·대한(한화)·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은 줄줄이 공시이율을 다시 0.1~0.2%포인트 낮췄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가 계속되는 데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실적도 좋지 않다”며 “앞으로 공시이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 예·적금과 달리 저축성 보험의 공시이율은 시중금리를 반영한 변동금리다. 그러나 판매 창구에서는 현재의 공시이율을 기준 삼아 10년 후 수익률을 설명한다. 또 10년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설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9월 말 기준으로 저축성 보험과 은행 예·적금 상품의 10년 만기 수익률을 비교하면 저축성 보험이 3%포인트 정도 더 높다. 비교표만 보면 보험이 훨씬 매력적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공시이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저축성 보험의 10년 후 수익률이 은행 예·적금보다 높다고 예단하기 어렵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익률만으로 저축성 보험을 선택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특히 저축성 보험에 가입할 때는 최소 7년 이상 장기로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저축성 보험은 가입 후 7년간은 납입금에서 매년 7~9%씩을 사업비로 빼고 남은 원금에 공시이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원금도 못 찾는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성 보험 가입자 중 45%는 3년 안에 계약을 해지한다.

공성율 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예·적금은 중도 해지해도 원금을 찾을 수 있지만 보험은 10년을 유지해야 더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자금을 굴릴 기간을 고려해 보험이냐 예·적금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도 “공시이율이 가입할 때보다 떨어졌다고 보험 상품을 해약하기는 어렵다”며 “가입할 때 보험사가 제시하는 최저보증이율(2.5~3.0%)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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