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전셋값이 한달만에 4000만원 오르다니…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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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전세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매매거래는 안 되지. 그나마 잘 나가던 전세도 물건이 없어서 우리도 손 놓고 있네요. 한달 새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 A공인 관계자)

지난 1월 입주가 시작된 이후 지하철이나 도로, 생활편의시설 등 기반시설 미비로 미입주 사태를 빚어왔던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가 전세난에 허덕이고 있다. 분양가의 60%가 넘는 융자를 끼고 있는 아파트 전셋값이 2억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없어서 난리통이다.

27일 평일 오후 별내지구 아이파크 아파트 인근 부동산들은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들의 전화 문의에 분주했다. 전화 상담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전화가 울려 "곧바로 전화를 하겠다"면서 끊는 일도 벌어졌다.

"집 못보고 계약하는 경우도"…대기명단까지 등장

B공인 관계자는 "괜찮은 물건이 나오면 전화를 줄테니 우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라"며 상담 전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는 "전세 물건이 나오면 그날 바로 계약이 될 정도로 물건이 없다"며 "집주인들이 근처에 살지 않는 데다 물건이 워낙 귀해 집을 보지도 못하고 바로 계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셋집을 구하러 왔다는 한 여성(34·경기도 구리시)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전세매물이 있다고 해서 직접 와봤는데 물건이 하나도 없다더라"며 "상반기까지만 해도 싼 전셋집이 많다고 했었는데 몇달 새 2000만~5000만원이나 올랐더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현재 700가구가 넘는 별내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물건을 찾을 수가 없다. 월세 물건만 하나 나와있는 상태다. 별내 쌍용예가 아파트(653가구)에는 매물이 공급면적 129㎡형 단 한개다.

물건 부족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도 급등했다. 쌍용예가 아파트(129㎡형)의 전셋값은 한달 새 2000만~4000만원 가량 뛰어 1억8000만~2억원 선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억4000만~1억5000만원이면 골라서 계약할 수 있었다고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세입자들이 갑자기 몰린 이유로 ▶전철 및 수도권 광역버스 등 교통망 확충 ▶편의시설 확충 ▶저렴한 전셋값 등을 꼽았다.

오는 12월이면 경춘선 복선전철 별내역이 개통될 예정이어서 서울로의 출퇴근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경춘선 별내역을 이용하면 서울 지하철 7호선과 중앙선을 환승역인 상봉역까지 다섯 정거장만에 닿을 수 있다. 같은 달 서울 광화문과 잠실을 오가는 수도권 광역버스도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부동산, 은행 등으로 국한됐던 편의시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인근에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입점해 있고, 내년에는 롯데마트도 들어설 예정이다.

저렴한 새아파트를 찾아 몰리는 수요자들도 있다. A공인 관계자는 "인근 구리시만 해도 입주한 지 10년이 넘은 20평형대 아파트 전셋값이 2억2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데 별내지구에선 그 가격으로 30~40평형대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며 "입주민들이 새 아파트라 단열이 잘 돼 생각보다 관리비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로의 출퇴근이 편해지기 때문에 전셋집을 찾는 수요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며 "따라서 당분간 이 같은 전셋값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아파트 매매거래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별내지구 아파트가 대부분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는 데다 분양 당시 청약 과열로 분양가가 비쌌기 때문이다. 현재 매매가는 분양가 대비 10% 하락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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