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광공사의 편법지원 문제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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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주관해오던 금강산 관광사업에 한국관광공사가 갑자기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기로 했다며 20일 계약을 했다. 그동안 구구한 소문이 떠돌았지만 공개적인 협의 절차없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결정되니 그 배경이 석연치 않다.

남북 화해의 상징성 때문에 금강산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북한과의 터무니없는 자금제공 계약으로 인해 빚어진 사업손실을 정부가 메워준다는 것은 전혀 합당하지 않다.

금강산사업의 실패는 당초 현대와 북측의 계약이 이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잘못된 계산을 바탕으로 체결됐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측은 한달에 무조건 북측에 지불키로 한 1천2백만달러의 관광요금을 제때 주지 못하거나 미룰 수밖에 없었으며 유람선도 감축 운행해 왔다.

현대측은 지난번 북측과 협상 끝에 그동안 밀린 돈 2천2백만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내년부터 육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육로관광이 이뤄지면 관광요금이 싸지고 설악산관광 등과의 연계가 가능해 관광객 수도 늘어나 수익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현대측의 주장이며 관광공사가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광공사와 현대측이 한 계약을 뜯어보면 현대측은 이미 건설돼 있는 호텔 등 시설을 현물 출자하는 것이고 관광공사측이 현금을 대는 방식이다.

더군다나 그 돈을 대북경협자금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관광공사는 현대에 대북경협자금을 주기 위한 창구 이외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대에 경협자금을 지원하려는 편법행위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관광공사는 정부가 대주주이며 올해부터는 정부가 매년 3백30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니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공기업이다. 특히 지금까지 주로 관광홍보사업에 치중해온 관광공사가 대북사업에 직접 관여하는 것도 사업체 성격상 합당하지 않다.

더군다나 앞으로 육로관광이 실현될 때까지 계속 자금이 들어갈텐데 그 자금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관광공사를 빌미로 다른 민간기업까지 억지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은 아닌가.

북측에 제공된 금강산 관광자금의 쓰임새를 놓고 미국 등에서는 의혹의 눈길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런 곳에 정부가 경협자금을 대준다는 것은 대단한 잘못이라고 본다.

경협자금의 적절한 사용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합당한 조사와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며 특히 정부는 관광공사의 편법행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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