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00대 ‘수퍼부자’들 자산 1년 새 평균 952억원 날아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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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글로벌 경제위기가 끝내 중국의 수퍼부자들까지 강타했다. 중국의 수퍼부자들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올 들어 흔들리는 모습이 뚜렷하다. 실물경기의 하강으로 사업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주식과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의 가치도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자 전문 조사기관인 후룬(胡潤)연구소는 25일 중국 내 최고 부자 1000명의 8월 15일 현재 평균 자산이 1년 전에 비해 9% 줄어든 8억6000만 달러(약 963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중국 1000대 부자들의 자산이 평균 8500만 달러(약 952억원)씩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중국 1000대 부자의 자산이 감소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이들 중 절반가량(469명)이 자산 감소의 고통을 겪었다. 37명은 자산이 1년 새 반 토막 이상 줄었다.

 수퍼부자 중에서도 최상위 그룹인 ‘억만장자(자산 10억 달러 이상 빌리언에어)’의 수도 줄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내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 이상 자산가는 251명이었다. 이는 지난해보다 20명 줄어든 것이다. 억만장자가 82명이나 증가했던 지난해와 대조적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위기의 쓰나미가 중국까지 덮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최대의 수출 시장인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의 재정위기와 소비위축이 직격탄이 됐다. 부자들이 가진 주식과 부동산 가격도 급락했다.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6%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상하이주가지수는 올 들어 23%나 하락했다.

 자산 가치의 변동으로 부자들의 서열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올해 중국 최고의 부자는 126억 달러(약 13조9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음료그룹 와하하(娃哈哈)의 최고경영자(CEO) 쭝칭허우(宗慶後·67)가 차지했다. 그는 지난해 중장비 업체 싼이그룹의 량원건(56) 회장에게 빼앗겼던 부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량 회장은 올해 건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그룹의 주가가 급락해 부자 순위 5위로 밀려났다.

 2위에는 자산 103억 달러를 보유한 완다(萬達)그룹의 왕젠린(王健林·58) 회장이 올랐다. 완다그룹은 지난 5월 미국 2위 영화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를 26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사업을 해외로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3위는 중국의 ‘인터넷 검색 공룡’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44) 회장이 차지했다.

후룬보고서 발행인 루퍼트 후그워프는 “올해 부자들의 자산이 줄어들었지만 중국 내 부자들이 10년 새 10배나 늘어난 것은 여전히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후그워프의 지적처럼 중국은 세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힌다. 중국의 공식 억만장자 수는 2006년 15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251명으로 불어났다. 후룬보고서는 “재산 파악이 안 된 숨은 부자까지 포함하면 중국의 억만장자는 400~500명에 이르러 미국을 제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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