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 폭언 김재원 “부끄럽다, 이성을 잃었다” 새누리 대변인 사의 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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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새누리당 신임 대변인으로 내정됐던 김재원(48) 의원이 24일 물러나기로 했다. 내정된 첫날(23일)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폭언과 욕설을 해 논란을 일으킨 탓이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대변인 직을 더 이상 맡기 어렵다는 뜻을 표해왔고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새누리당은 김 의원의 대변인 임명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한 최고위원은 “실수 차원을 떠나 발언 내용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이 때문에 임명이 보류됐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출입기자들과의 저녁식사 도중 박근혜 후보가 과거사와 관련해 종전과 다른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박 후보를 예수의 제자이자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에 비유했다. 이게 박 후보의 사과의 진정성을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발언이 그날 저녁시간부터 뉴스로 보도되고, 이어 김 의원에게 발언 사실을 확인하는 당직자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자, 그는 동석한 기자들을 한 명씩 지목하며 “네가 정보보고를 했느냐”고 추궁하면서 막말과 욕설을 했다.

 김 의원은 2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끄럽다. 제 잘못이고, 당시에 이성을 잃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성하고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사적인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제가 하지 않은 말을 (기자들이) 과장해 정보보고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제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좀 섭섭한 마음이 들어 항의하는 가운데 잘못됐던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신을 ‘만취 상태’였다고 표현한 일부 보도에 대해선 “솔직히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최근 ‘인혁당 사과 브리핑’ 혼선으로 사의를 표한 홍일표 의원의 후임으로 당 대변인에 내정됐었다. 이날 식사 모임은 김 의원의 대변인 내정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이뤄졌다고 한다.

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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