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등생에게 저기가 뭐하는 곳이냐 물으니 “변태업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서울 관악구의 W초등학교(빨간 점선 안) 정문 바로 앞 건물 3층에서 유사 성행위 업소인 ‘?? 귀청소방’이 대형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주변 반경 1㎞ 안에만 유사한 형태의 귀청소방이 2곳 더 있다. 하지만 귀청소방 영업을 규제할 수 있는 단속 규정은 없다. [최종혁 기자]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W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의 3층에 ‘XX 귀청소방’이라는 대형 간판이 걸려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한 초등학생에게 ‘귀청소방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고 묻자 “변태업소요. 인터넷에 다 나와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귀청소방으로 올라가 35분 서비스를 받는 요금으로 3만5000원을 내자 빈방으로 안내했다. 3인용 소파와 슬리퍼, 일회용 칫솔 등이 놓여 있었다. 잠시 뒤 짙은 화장에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종업원이 들어와서는 자신의 무릎 위에 머리를 기대게 하고 귀를 파기 시작했다. 그는 “키스나 몸을 간단히 만지는 건 허용된다”며 “2차(성매매)는 돈을 따로 내면 밖에서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학생들도 찾아오느냐’는 질문엔 “가끔 어려 보이는 손님도 있는데 별 신경 안 쓴다”고 했다.

 일본에서 유행하다 지난해 국내로 유입된 귀청소방이 대구·대전 등을 거쳐 올 들어 서울의 주택가와 학교 주변에까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서울에만 100여 곳이 영업 중이다.

 W초등학교 주변에만 3개의 귀청소방이 문을 열었다. 학부모 김정연(40)씨는 “학교 앞에 어떻게 저런 문제 업소가 들어설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현재 귀청소방 영업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은 없다. 성매매가 이뤄질 경우 성매매특별법으로 단속이 가능하지만 이 또한 제보나 신고 없이는 어렵다. 규정상 전국의 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에는 유흥·단란 주점 등 유해업소가 들어설 수 없지만 귀청소방은 대상이 아니다.

 위정복 관악구 부구청장은 “귀청소방은 세무서에 ‘서비스업’으로 등록돼 있어 그 자체로는 법적 문제가 없다”며 “단속을 하라는 요구에도 불법행위 단속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귀청소방보다 더 노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명 ‘립(lip) 다방’도 성업 중이다. 실제 성행위 대신 여성이 입으로 성적 서비스를 해 준다. 유사성행위로 성매매특별법 위반이지만 포털사이트의 카페를 통한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로 한 카페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서울에서 예약 가능한 립다방만 50여 곳이나 됐다.

 최근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립다방은 가정집이 있는 4층 건물 지하에 ‘차와 커피’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자 우선 카페 회원 아이디부터 확인했다. 그 뒤에는 야한 옷차림의 여성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다.

 신종 유사성행위 업소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성매매특별법에 기인한 ‘풍선효과’라는 설명이다. 서울마포경찰서 이명숙 생활질서계장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집창촌이나 룸살롱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안마업소, 키스방 등을 거쳐 이제는 귀청소방·립다방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단속과 관리가 어렵게 음성적으로 발달하고 주택가 인근으로 숨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관련법을 개정해 징역형 등 중형을 선고하고 성매매 업소들만을 전담하는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 상시 단속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성운·최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