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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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텔레비전 중계방송을 보다 보면 운동선수가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고 뛰어다니면서 준비운동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런 준비 과정 없이 갑자기 운동을 하면 인대가 늘어나는 등의 부상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꼭 전문 선수가 아니라도 격렬한 운동을 하기 전에 몸을 풀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 됐다. 이때 몸을 푼다는 것은 긴장된 상태를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몸을 풀다’를 임부와 관련해 쓰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임신한 여성이 몸을 푼다는 것은 아기를 낳는다는 의미다. “그녀는 워낙 가난했던 터라 몸 푼 지 사흘 만에 밭에 나가 힘든 일을 해야 했다”처럼 쓰인다. 해산(解産)이란 한자어에 풀 해(解)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왜 몸을 푼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어구는 어쩌면 이제는 조금 예스러운 표현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산후조리원에 대해 쓴 글들을 보면 “몸을 풀러 산후조리원에 갔는데 냉마사지 팩으로 피부 관리를 해줬다”와 같은 표현들이 등장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몸을 풀다’를 ‘아기를 낳다’의 의미보다는 ‘요양하다’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때는 긴장을 완화해 부드럽게 한다는 것보다는 출산으로 인해 허약해진 몸의 기력을 회복하도록 보살핀다는 것이므로 ‘몸조리하다’ ‘몸조섭하다’ ‘몸을 추스르다’ 정도로 쓰는 것이 의미의 혼란도 방지하고 표현하려는 의도에도 잘 들어맞는다.

 출산과 관련해 ‘임산부’도 잘못 쓰기 쉬운 단어다. 임산부는 ‘임부’와 ‘산부’를 합한 단어인데 임부는 임신하고 있는 여성, 산부는 아기를 갓 낳은 여성이다. “○○시 보건소가 임신 25주 이상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열고 있는 ‘행복한 임신, 아름다운 출산을 위한 임산부 건강교실’이 호응을 얻고 있다”라는 글을 보자. 분명 아직 아기를 낳지 않은 여성을 대상으로 앞으로 아기를 잘 낳을 수 있도록 가르쳐 준다는 의미인데 ‘임산부’라는 표현을 써서 벌써 아기를 낳은 여성까지 포함시켰다. 이런 경우는 임신부라고 쓰는 게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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