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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미운오리서 백조 된 L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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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달 초 LG전자는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했다. 수요예측은 ‘금리를 이 정도 주려고 하는데 누가 얼마나 살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일종의 떠보기다. 뚜껑을 열어 보니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3900억원이나 되는 돈이 몰렸다. LG전자는 결국 예정액보다 1000억원 더 늘려 3000억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주관을 맡은 우리투자증권 김형진 팀장은 “LG전자가 1년 만에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며 “지난해에는 채권 투자자들이 LG전자가 휴대전화 부문에서 뒤처진 것을 우려했지만 요즘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LG그룹의 위상이 확 달라지고 있다. 주요 계열사 실적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는 데다 휴대전화·통신 등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친 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에 이어 18일 채권 발행 수요예측을 한 LG유플러스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발행 규모(2000억원)의 세 배에 가까운 57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최근 LG유플러스는 공격적인 롱텀에볼루션(LTE) 전략으로 시장 지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상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초고속인터넷에서의 경쟁력은 유지되고 있고 이동통신 부문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시장에서도 LG그룹주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6월 2만원대 초반에 거래되던 LG디스플레이는 요즘 3만원대로 올랐다. LG전자도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7월 이후 주가가 24% 뛰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34%), LG(20%), LG상사(25%)의 주가 역시 크게 상승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경쟁적으로 목표주가를 올린다. 신영증권은 20일 LG유플러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9000원에서 1만원으로 높였다. 이 회사 최윤미 연구원은 “LTE 경쟁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적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회장님폰’이라는 ‘옵티머스G’가 공개된 18일 이후 증권가에서는 LG전자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옵티머스G는 하드웨어 성능 면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제품을 앞선다”고 말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옵티머스G가 국내외에서 최소 120만 대 팔릴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9만1000원에서 10만원으로 높였다.

 주요 계열사 주가가 오르니 LG그룹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독보적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9일 기준 최근 3개월간 LG그룹주 펀드의 단순평균 수익률은 1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평균 4.83%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삼성그룹주(3.42%), 현대차그룹주(4.11%), SK그룹주펀드(7.78%)와 비교해도 훨씬 좋은 성적이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서 독주했던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치고, LG전자가 주도주가 될 것이라고 보는 기관투자가도 나타나고 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본부장은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자 수는 감소한 지금의 휴대전화 시장은 LG전자가 가장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라며 “LG전자는 다른 가전 부문 실적도 꾸준해 앞으로 2~3년간 주도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가 삼성전자는 이미 넘치게 보유하고 있지만 LG전자는 시총 비중만큼도 갖고 있지 않은 곳이 많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란 견해다.

 반면 LG그룹 부활의 축인 LG전자가 삼성전자와 애플이 점유한 시장을 잠식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고객을 빼앗아 오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 바로잡습니다

9월 21일자 B12면 ‘금융시장 미운오리서 백조 된 LG’ 기사의 그래픽 가운데 LG와 LG전자·LG유플러스의 일부 주가가 제작상 착오로 잘못 게재됐습니다. LG의 7월 25일 주가(종가 기준)는 5만4100원으로, LG전자의 7월 26일 주가는 5만9800원으로, LG유플러스의 6월 26일 주가는 5420원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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