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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40만 명 ‘보험 블루오션’… 필리핀 신부 제시카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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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삼성화재 외국인 전담 설계사팀에 합류한 제시카 토랄바(33)가 경남 김해시 부원지점에서 동료와 보험상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성화재]

커다란 눈에 또렷한 쌍꺼풀, 짙은 눈썹. 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면에 사는 제시카 토랄바(33)는 ‘국내 1호 필리핀 출신 보험 설계사’다. 2003년 한국에 시집와 영어 강사로 일하다 지난해 10월 보험 설계사로 변신했다. 삼성화재 김해 부원지점에 입사하면서다. 그동안 그가 유치한 고객은 60여 명. 주로 필리핀·중국·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 신부나 근로자다. 월수입은 영어를 가르칠 때보다 많지 않지만, 자부심이 대단했다.

 “보험 가입을 할 줄 몰라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도 많고요, 자동차 사고가 나도 처리를 할 줄 몰라 현금을 내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런 그에게 최근 또 하나 자랑스러운 일이 생겼다. 삼성화재가 최근 출범한 외국인 전담 설계사팀의 초기 멤버가 된 것이다. 그는 “외국인에게 정식으로 도움을 주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7월 보험업계 최초로 외국인 전담 설계사팀을 꾸렸다. 영어·중국어·일본어에 능통한 설계사 38명을 모아 외국인을 전담하고 있다. 38명 중 8명이 필리핀 사람과 중국 교포다. 외국인 전담 콜센터를 설치하고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등 9개 상품의 보험 안내서를 영어·중국어·일본어로 번역했다.

 이 회사가 외국인 전담팀을 발족한 것은 외국인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1월 기준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140만9000여 명에 달한다. 2년 사이 27만여 명(23.7%)이나 늘었다. 이들 열에 넷(41.2%) 정도는 외국인 근로자다.

 권순천 삼성화재 영업개발파트장은 “소득이 많건 적건 자동차보험·건강보험 등에 대한 필요성은 대부분 느끼고 있다”며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보험에 가입하는 이들이 많아 전담팀을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안양 시화공단에서 중국인 근로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중국교포 설계사 중에선 월 수입 1000만원이 넘는 스타 설계사도 나왔다.

 외국인 고객을 분석함으로써 해외시장 개척의 열쇠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고객도 출신 국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임승정 삼성화재 책임은 “중국인 고객은 보장성·환급형 상품을 선호하고 일본인은 지인 소개를 받지 않고는 접근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데이터를 축적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급증하지만 이들의 국내 금융서비스 이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주요 금융사가 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외국인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KCB 등 국내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국내에서 대출 거래를 하고 있는 외국인은 전체 체류 외국인의 3.4%에 불과하다. 내국인의 대출 거래 비율(40.9%)과 비교하면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외국인(13.4%)도 내국인 평균(63.5%)보다 턱없이 적다.

 김예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앞으로 고소득 계층을 위한 자산관리서비스, 저소득 계층을 위한 대출과 금융교육 등 외국인 대상 금융서비스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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