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제의 음반을 엄선하고 분석해서, 음악 팬 여러분의 확실한 길잡이가 되어드리는 고농축 음악 정보 'CD파티'의 6월 둘째 주 순서를 시작합니다.
이번주도 풍성한 음악, 다양한 메뉴가 구미를 당기는데요, 한국 인디록의 기린아 '크라잉넛'의 '하수구속 연가'로 문을 엽니다.
■ 크라잉넛 '하수연가(下水戀歌)'
한국 인디 음악계의 기린아 크라잉넛이 2년여만에 선보인 새 앨범입니다. 팬들을 열광시켰던 펑크 특유의 거칠고 강력한 에너지에 성숙한 연주력, 세련된 스타일이 더한 수작입니다.
3집 '하수연가'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진보는 이제 '인디의 신화'를 넘어서 한국 록을 논하며 빼놓을 수 없는 무게감을 느끼게 합니다. '하수구속 연가'란 뜻의 '하수연가'는 가요계에 모음집 열풍을 일으킨 '연가'를 조롱한 제목입니다.
98년 '말달리자', 이듬해 '서커스매직유랑단'으로 이름을 알린 크라잉넛은 96년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연주를 시작한 밴드입니다. 새 천년 '거품'이 빠진 인디계의 고전 속 에서도 오히려 활발한 활동으로 새로운 장을 맞고 있는 행운아이기도 하죠.
올 초 전인권 트리뷰트 공연과 물론 후지 록 페스티벌 등 최근 중요한 국내외 록무대에 빠짐 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새 앨범에서 한국 록의 대표밴드로 손색이 없는 집중된 음악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펑크록의 기조를 유지하며 모던록, 얼터너티브, 포크, 인더스트링얼 등으로 더욱 다채로워진 사운드는 오히려 듣기 편합니다.
크라잉넛의 스크린 데뷔작이 될 동명의 디지털 영화 주제가 '이소룡을 찾아랏!'을 시작으로, 부드러운 록 사운드가 색다른 타이틀곡 '밤이 깊었네', 국악과 록의 조화가 감칠맛나는 '금환식' '불놀이' 등 수록곡 12곡 전부가 쉽게 들어 넘기기 어려운 개성과 매력을 지녔습니다.
■ 이은미 '노블레스(Noblesse)'
뛰어난 가창력, 신발을 벗은 채 보여주는 폭발적인 무대 매너로 '맨발의 디바'란 별명을 얻은 가수 이은미가 다섯번째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귀족'을 뜻하는 제목의 새 앨범 '노블레스(Noblesse)'는 13년째를 바라보는 그녀의 음악인생을 폭 넓은 스펙트럼으로 조망하고 있습니다.
1집 '기억 속으로'로 알린 매혹적인 발라드는 부드러움과 깊이를 더했고, 소울·재즈·록넘버들엔 여성보컬을 대표하는 연륜이 배어납니다.
발라드가 주를 이룬 5집의 타이틀곡은 'Sunflower'. 일본 엔카 가수 다카하시 마리코의 원곡을 선 고운 팝 선율로 새롭게 바꿔불렀습니다. 빅터사의 요청으로 이뤄진 작업이라는군요. '사랑의 향기' '약속' '가을응' 등도 아름답습니다.
경쾌한 소울 리듬의 '축제', 짙은 재즈보컬이 매력적인 '길' 등은 듣는 재미를 더합니다.
■ 브라운아이즈 '벌써 일년'
영화 '와호장룡'의 젊은 스타 장진과 이범수, 김현주가 주연한 '벌써 일년' 뮤직비디오로 발매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신인 남성듀오 브라운아이즈(Brown Eyes)의 데뷔앨범 입니다.
조성모의 성공 이후 이제 흔한 유행이 되 버린 '얼굴 숨기기' 전략을 썼지만, 본고장 팝을 그대로 옮겨 온듯한 세련된 R&B발라드와 탄탄한 음악성이 올 신인그룹 중 단연 돋보입니다.
타이틀곡 '벌써 일년'을 'love is over' '희망' 등 수록곡 대부분이 베이비 페이스, 알 켈리, 브라이언 맥나이트 등 미국 R&B 히트메이커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멤버 윤건과 나얼은 전곡의 작·편곡에 앨범 일러스트레이션까지 직접 해낸 재주꾼입니다. 한국말 가사로 R&B를 부르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능숙한 가창력과, 김정호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하얀나비'에서 보여준 현란한 편곡능력도 이들의 화려한 미래를 예고합니다.
아직 댄스 가수들의 '곁다리 트랙' 수준에 만족하고 있는 국내 팬들에게 한국 R&B의 진수를 선보일 기대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