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오빠 스타일’ 찾으러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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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피부, 맵시가 있는 의상. 더 이상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 번 쇼핑을 하기 위해 몇 시간씩 매장을 둘러보고 꼼꼼히 비교해야 하는, 여성 위주의 동선은 남자에게 맞지 않는다. 여자와는 다른 ‘남성 전용’ 공간들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다. 진짜 ‘강남 스타일’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강남의 남자들을 만나봤다.

이전 세대와는 달리 최근에는 자기 관리에 집중하면서 힐링을 택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자들의 놀이터와 같은 공간에서 ‘강남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의상·소품을 고르고 있는 박상용(35), 이승조(35), 강건(34)씨(위부터 시계방향).

글=김록환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 촬영협조=맨온더분

말끔하게 차려 입은 30대 초·중반의 남자 세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양한 의상과 신발, 가방, 아이템들이 전시된 백화점 매장에 들어서자 눈을 크게 뜨고 어린아이처럼 탐험에 나선다. 최근 편집숍이 남자들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이유를 몸소 설명하는 듯하다.

“셔츠나 바지의 색깔에 포인트를 주는 코디를 주로 한다. 남자라면 안경이나 시계와 같은 아이템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승조(35·강남구 신사동)씨의 패션 포인트는 색깔이다. 매일 특정 색깔을 정하고 이 색에 맞춰 나머지 의상을 선택한다. 여자들이 하는 목걸이나 귀걸이처럼 다양한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 그는 머리 모양과 안경에 집중했다. 이씨는 “정장을 입을 때는 스마트한 느낌을 주기 위해 머리를 세우고, 캐주얼한 느낌을 주고 싶을 때는 차분하게 머리를 내리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한 공간서 간편하게 쇼핑 끝

강건(34·서초구 신원동)씨는 깔끔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복잡하거나 눈에 띄는 것은 딱 질색이다. 자연스럽게 평소에도 단아한 느낌의 셔츠나 가방을 애용한다. 특히 그는 날씨에 따라 코디를 달리하는 편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어둡고 무거운 색상의 옷을 입는다. 비에 영향을 적게 받는 부츠를 신으면 좋다”고 말한다. 반대로 날씨가 맑으면 흰 셔츠와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어 산뜻한 느낌을 살린다.

부츠 얘기가 나오자 박상용(35·강남구 신사동)씨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그 역시 말굽 모양의 부츠를 신고 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부츠를 신을 때는 꼭 바지를 안에 집어넣어야 모양이 살아난다”며 “슬림한 바지를 입어야 넣기 편하다”고 웃어 보였다. 단조로운 색을 기본으로 한 채 부츠나 겉옷에 포인트를 살린 그의 의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모두 SNS강남당(http://facebook.com/groups/gangnam)이라 불리는 친목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강남 3구라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 지역의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모임 중에서도 이들 셋은 더욱 각별하다. 서로 나이도 비슷한데다 사는 지역도 가까워서 이렇게 자주 모인다고 한다. “세 명이 따로 모여 오늘처럼 옷도 구경하고, 피부 관리도 받으러 다닌다. 주로 남성 전용 편집숍 같은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란다. 한 공간에서 패션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간편함 때문이다.

남성 전용 편집숍·헤어숍 등 다양

실제로 강남 지역에는 ‘남성 전용 공간’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남성 전용 편집숍에서부터 헤어숍, 스파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는 외모가 경쟁력이 된 지도 오래된데다 술 대신 휴식과 힐링을 택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SNS강남당 당주인 허권씨는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설렁탕 한 그릇으로 힐링을 택하는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것이 요즘 남자들”이라며 “여성 못지 않게 자신을 꾸밀 줄 알면서도 남자들만의 ‘간편함’을 잊지 않는 트렌드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남성 전용 편집숍의 경우 이 같은 남자들의 취향이 상당 부분 녹아 있다. 여러 스타일의 옷을 한 번에 볼 수 있고 옷을 잘 고르지 못할 경우 코디도 해주는 장점이 있다. “자켓이 마음에 든다면 그에 맞는 신발을 바로 고를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쇼핑을 하기 위해 많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고 허씨는 웃어 보였다.

‘강남 스타일’ 완성되는 곳

- 맨온더분(02-3479-6073)

의류 및 신발·문구·전자제품

- 더메디스파(02-6710-1122)

편백나무 향취 노천탕·수면실

- 레알성형외과(02-547-5858)

남성성형클리닉, 종합 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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