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독살 은폐 보시라이 개입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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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보시라이

보시라이(薄熙來·63)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아내인 구카이라이(谷開來·52)가 저지른 영국인 사업가 독살 사건을 은폐한 사실이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보시라이가 사건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은 향후 그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은 보의 사법처리에 따른 정국 혼란 등을 막기 위해 그를 기소하지 않고 당적을 박탈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동안 보시라이의 살인 사건 전후 행적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었다. 구카이라이는 지난달 20일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 중급인민법원에서 사형유예를 선고받았다.

 신화통신은 19일 왕리쥔의 재판 과정과 사건 전말을 다룬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왕은 지난 1월 ‘충칭시 공산당위원회의 주요 책임자’를 찾아가 구카이라이가 지난해 11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했다고 보고했다. ‘책임자’는 당시 충칭시 당서기였던 보시라이를 가리킨다.

 그러나 다음 날 보시라이는 왕리쥔을 불러 크게 화를 내면서 그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며칠 뒤인 2월 2일 왕리쥔을 공안국장에서 해임했다. 왕리쥔의 부하 3명도 불법 체포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왕리쥔은 2월 6일 쓰촨성 청두(成都)시의 미국 총영사관으로 도주했다. 한편 왕리쥔은 17∼18일 쓰촨성 청두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나는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나를 키워준 조직과 사회 각계, 친구들을 실망시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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