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 패네타, 량광례와 ‘1차전’ 무소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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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오른쪽)이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을 맞이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醉翁之意不在酒(취옹지의부재주·취옹의 뜻은 술에 있지 않다)’.

 17일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에 대한 중국 언론의 반응이다. 미국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고 하지만 본심은 중국 견제에 있다는 의미다.

 패네타 장관은 18일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을 만났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량 부장은 패네타 장관에게 미국이 전날 일본과 합의한 미사일방어(MD)용 고성능 레이더 기지 추가 설치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패네타 장관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량 부장은 “(북한 미사일 대처라면) 2006년 아오모리현에 설치한 기지로 충분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냐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량 부장은 이어 “미국이 중·일 간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 영토분쟁 불개입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네타는 “(방중 기간 중) 중·일 영토분쟁의 중재자가 되길 바란다”며 “미·중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군사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자”고 제의했고, 량 장관도 동의했다.

 그러나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시 긴장감이 흘렀다. 량 부장은 “중국은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에 대해 ‘추가 조치(further action)’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무력을 동원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물론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을 바란다”며 한발 물러섰다. 패네타 장관은 “중·일 양국 모두에 평정과 자제를 요청한다”며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측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네타 장관은 19일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만나 중·일 영토분쟁을 포함한 양국 현안을 논의한다. 군사평론가인 인주오(尹卓) 해군소장은 “패네타 장관이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중국을 찾았지만 서로 입장 차가 크고 미국이 중국 견제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어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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