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변협 공익소송, 변호사 신뢰 높이는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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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제 법원이 기아자동차에 대해 에어백 허위 광고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대한변협 공익소송특별위원회가 거둔 첫 결실이다. 변호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박형순 판사는 김모씨 등이 “카니발 차량 3열에도 커튼 에어백이 기본으로 장착된다는 기아차의 허위 광고로 피해를 보았다”며 기아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원고 27명 중 25명에게 각각 115만~25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것이다. 광고나 홍보에 대한 신뢰가 큰 점을 이용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대기업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소송은 지난해 3월 대한변협 공익소송특위가 제1호 사건으로 제기한 것이다. 공익소송은 변호사 프로보노(pro bono·재능기부) 활동의 일환이다. 소액·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기업 관련 사건 등으로 손해를 봤는데도 개인으로선 마땅한 구제 수단을 찾기 힘들 때 실비 수준의 수임료만 받고 소송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일단 소수의 피해자들을 대리해 승소하면 그 판결을 토대로 다른 피해자들이 보다 쉽게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가장 큰 효과는 대기업과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변협이 이처럼 공익소송에 눈을 돌린 건 변호사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해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전관예우·무전유죄 시비 등으로 변호사들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사회참여의 길을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변호사가 정치권에 진출하는 데 좋은 직업이나 사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한 방울의 땀도 흘리지 않는다면 변호사가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변협이 공동체적 변화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도 공익성 높은 소송을 발굴하고 제2, 제3의 공익 서비스를 모색함으로써 국민 권리 찾기에 앞장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