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통령 후보 역량 있는지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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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16일 공식 논평을 통해 “문재인 의원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네거티브가 아닌 좋은 비전과 정책 제시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선 문 후보를 깎아 내리는 목소리도 많았다. 박근혜 후보 측 핵심 인사는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실패의 과(過)를 안고 가야 하는 사람”이라며 “근본적으로 대통령 후보로서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반쪽 후보여서 반쪽짜리 축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전국 체전에 비유하자면 동네 선수에서 군(郡)단위 선수로 확정된 것이어서 안철수 원장과 도(道) 대표선수 자리를 놓고 다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과 단일화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을 꼬집은 말이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도 강화할 전망이다. 문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 중 대표적인 것이 금융감독원 간부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논란이다.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03년 부산저축은행의 금감원 검사 완화를 위해 금감원 담당국장에게 청탁 전화를 걸었다는 게 요지다.

 새누리당 이종혁 전 의원은 지난 3월 “문 후보가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부산이 2004~2007년 부산저축은행에서 59억원의 사건을 수임했다”면서 문 후보의 전화가 청탁 대가성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법무법인 부산은 이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담당한 유모 국장으로부터 “문 수석으로부터 ‘철저히 조사하되 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히 처리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 전 의원을 ‘무혐의’ 결정했다. 문 후보는 고소인 측 참고인 조사에서 “오래전 일로 기억이 없고 만약 전화를 했다면 민정수석의 업무로서 지역 현안 보고를 받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전화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이날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고양체육관에 축하사절은 물론 화환도 보내지 않았다. 지난 8월 20일 새누리당 후보자 선출 때 민주당이 화환도 보내지 않고 ‘요식적 행위’(박용진 대변인)란 비난 논평만 내놓은 데 대해 같은 수준으로 대응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통상 전당대회일 경우 서로 당 대표 명의의 축화 화환을 보내지만 이번은 민주당 서울경선이어서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2년 5월 10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선출대회엔 당시 민주당 김원길 사무총장이 사절로 참석했고 2007년 대선후보 선출 때는 서로 화환을 보냈다. 올해엔 여야가 서로 축하하던 관행마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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