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려고 들지 마? 스스로 고립 당하는 비뇨기과학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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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뇨기과학회(회장 정문기)가 외부와의 소통에 꽉 막혀있어 개선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기자는 최근 이슈로 떠오른 화학적 거세의 유효성을 취재하기 위해 대한비뇨기과학회의 도움을 얻기로 했다.

학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직원 A씨에게 취재 요지를 설명하고, 홍보이사의 연락처를 요청했다. 그러자 A씨는 "학회 임원들의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며 "홍보이사가 누구인지,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지는 스스로 알아보라"고 단칼에 잘랐다.

홍보이사는 학회의 얼굴을 대변해 대외에 학회를 알리는 임무를 갖고 있다. 언론과 소통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연락처를 다시 요청했다. 그러자 A씨는 "실장에게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한 뒤 "실장이 개인정보를 함부로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대답했다.

실장과 직접 통화해보겠다고 하자 A씨는 다시 실장에게 가서 물어본 뒤 "전화를 바꿔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나서 A씨는 "지금 이 전화를 끊고 학회 사무실로 다시 전화를 걸어 바로 문화영 실장을 찾아라. 그럼 바로 통화할 수 있다. 그 방법 밖에는 없다"고 귀띔했다.

기자는 "문화영 실장이 나와 통화를 거절했는데 내가 다시 전화를 걸어 내 신분을 밝히지 말고 바꿔달라고 요청하란 말인가?"라고 물었고, A씨는 "그렇다. 그 방법 밖에는 안 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원하는 사항이 있으면 공문을 보내든지 이메일로 보내라"고 덧붙였다.

학회는 2300명의 회원들 회비로 비뇨기과 관련 학술정보를 공유하고 운영한다. 그 최종 목표는 정문기 학회장이 홈페이지에 언급한 대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의료보건을 발전시켜 나가는 동력체"가 되는 것이다. 최근 성폭력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하고 '거세'에 대한 유효성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시기에 누구보다 바삐 움직이고 대응해야 할 곳이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아닐까? 학회의 최전방에서 새로운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의 건강을 도모하는 홍보 담당자의 연락처를 스스로 찾아내라는 학회 측의 대응태도는 사회와 동떨어져 눈과 귀를 막겠다는 행보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 번도 기자에게 연락처를 알려준 적 없다"며 땅땅거리는 학회에게 말해주고 싶다.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한 요즘 학회의 창구를 스스로 닫아버리는 직원이 학회를 '외딴 섬'으로 만들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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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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