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기준 65 → 70~75세 정년제는 전면 폐지 추진

중앙일보

입력 2012.09.12 01:36

업데이트 2012.09.12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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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노인의 기준을 65세에서 70세나 75세로 바꾸자.” “나이로 노동 능력을 따지는 정년제는 아예 없애자.”

 기획재정부가 파격 제안을 내놓았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육십 줄에만 들어서면 노인 취급하는 걸 바꾸자는 것이다. 기준점이 바뀌면 각종 제도의 연쇄 변화가 생기게 된다.

 재정부는 11일 이런 내용의 인구정책을 중장기 전략보고서에 담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다음 달 나온다. 최광해 재정부 장기전략국장은 “부처 협의를 통해 만든 전략”이라고 말했다. 임기 말 정부의 보고서이지만 앞으로도 활용될 것이란 뜻이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든 중장기 보고서인 ‘비전 2030’은 현 정부 정책에 상당히 활용됐다.

 노인 개념을 바꾸자는 제안은 급격한 고령화 속도 때문에 나왔다. 한국은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가 된다.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7%)에서 초고령사회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6년에 불과하다. 이 기간이 프랑스는 154년, 미국은 94년이다. 인구 구조 변화는 급격한데 사회·제도의 관성 변화는 더뎠다. 예컨대 독일에서 1889년 세계 최초로 연금제도를 만들 때 정한 수급 연령은 65세다. 당시 독일의 평균 수명은 49세였다. 한국의 지난해 평균 수명은 80.7세다. 중장기 전략위원회 민간위원인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저출산·고령화’정책은 부양해야 할 노인이 늘어난다는 식의 부정적 관점이었다”며 “건강한 노인이라면 얼마든지 생산 인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식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준을 바꿔 수치상으로 노인을 줄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려면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재정부는 궁극적으로 정년제 폐지를 제안했다.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징검다리형 제도도 여럿 제시했다.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이 대표적이다. 나이가 들면 임금을 덜 받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여 인생 2막을 설계할 시간을 갖게 하는 제도다.

또 50%나 70% 유예 등 국민연금의 일부 수령을 미루는 대신 나중에 좀 더 많이 받는 제도도 제안했다. 지금도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연금액 전체의 수령을 미뤄야 한다. 부분적인 연금 수령 연기가 가능하면 다양한 노인 일자리가 만들어질 여지가 생기고 형편에 따라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정년을 적어도 국민연금 첫 수령 시점까지 늦추자는 제안도 보고서에 담긴다. 최 국장은 “노인에 대한 각종 복지제도의 기준도 연령이 아닌 건강·소득을 고려해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대책도 새롭게 제시됐다. 가부장적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다. 마카오(0.92명)·홍콩(1.07명)·싱가포르(1.11명) 등 출산율이 낮은 나라의 공통점을 찾다 나온 결론이다.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가 해법이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아버지의 참여가 필요한 교과 과정이 있을 때 남성 근로자에게 ‘아버지 휴가’를 주자는 제안 등이 그것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직업을 갖는 연령을 당기고 선취업, 후교육을 하는 평생교육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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