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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사실상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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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아파트 가격을 일정 수준 아래로 규제한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된다. 고사(枯死) 직전인 건설 경기와 주택 거래에 숨통을 트기 위해서다.

 국토해양부는 11일 “분양가 상한제를 예외적 경우에만 실시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며 “이달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20세대 이상의 공공·민간 아파트 건축에 적용되는 분양가 규제를 앞으론 ▶주택 가격이 급등하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 ▶공기업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 등에만 실시한다는 것이다. 또 상한제 적용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일정 기간 전매를 제한하는 제도 역시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경우로만 제한키로 했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집값 급등기에 도입된 제도라 시장이 크게 위축된 지금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격 급등에 대한 판단 기준 등은 향후 시행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 과열기’인 지난 2007년 9월 민간 주택으로 전면 확대 실시됐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 가격 거품을 빼고, 투기 수요도 잠재운다는 목적이었다. 취지는 좋았지만 ‘반(反)시장적’ 규제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윤이 작아져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이 줄었고, 품질 향상도 지연돼 수요 위축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의 인허가는 18만 호로 3년간 18% 줄었다. 내수 경기는 그만큼 타격을 입었다. 국토부는 상한제 폐지로 건설사 수익성이 좋아지고 고품질·맞춤형 주택 공급이 늘면 거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순형 J&K 부동산투자연구소장은 “일반 분양되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조합원 부담은 그만큼 준다”고 했다. 분양대행 업체인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상한제를 푼다고 분양가를 전처럼 높일 만한 상황이 아니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주택 산업 전반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공급이 줄고 있다 해도 전체 규모로 보면 아직 과잉 상태”라며 “상한제 폐지로 물량이 추가되면 거래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도 변수다. 야당은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준술·최현주 기자

분양가 상한제

미리 정한 ‘기본형 건축비’에 ‘택지비’를 더한 뒤 그 이하로 아파트를 분양케 하는 제도. 기본형 건축비는 6개월마다 조정되며 현재 3.3㎡당 520만원 수준이다. 수도권의 경우 택지비는 건축비의 50~7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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