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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유용한 의사들 수술 성적표 공개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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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완벽하지 않으면 성이 안 찼다. 수련의 시절부터 비뇨기과 의학 발전을 자신의 일인 양 고민에 빠져 살았다. 동료 비뇨기과 의사들은 이 청년에게 ‘옵세(의대생들 사이에서 공부에 매진해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완벽증)’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20대의 젊은 의학도는 나이가 들어 병원장이 된 지금에도 ‘옵세’하다는 평을 듣는다. 서울성모병원 황태곤(62·사진) 병원장 얘기다. 4일 병원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원장을 만났다.

 황 원장은 2001년 6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립선암 복강경 수술을 집도했다. 2006년 국내 최초로 100례를 돌파했고, 2011년 5월 국내 최다 성적인 400례를 돌파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전립선암 복강경 수술 성적은 곧 황 원장의 성적인 셈이다.

 이런 그가 기자들 사이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의사들의 수술 성적표를 공개하겠다는 것. 지금까지 심평원에서 병원별 수술 성적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의사별로는 없었다. 황 원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환자가 의사의 수술 실적을 조회할 수 있다”며 “우리 병원에서 먼저 수술 성적표를 공개해 환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겠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병원 내에서 반대 의견이 많다. 하지만 황 원장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젊은 의사들을 시작으로 점차 설득해 나갈 예정이다. 일단 자진해서 자신의 수술 성적표를 공개하기로 했다.

황 원장은 2004년부터 수술 스케줄을 공개해 타 병원 비뇨기과 의사들이 참관할 수 있게 해 왔었다. 1998년부터 ‘수술실황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세미나를 연 적도 있다. 황 원장은 “우선적으로 참여하는 교수부터 진료실 앞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공개하고, 점차 홈페이지로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수술 성적 공개는 ‘수술 잘하는 병원’ 만들기의 일환이다. 황 원장은 “서울성모병원은 수술을 무조건 많이 하는 병원이 아니라 수술의 질이 좋은 병원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수술 설명을 잘하는 병원’ ‘수술을 안전하게 하는 병원’ ‘수술 결과가 좋은 병원’ ‘수술 후 관리가 잘되는 병원’이 올해 목표다.

 이 때문에 수술을 하는 외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수술의 질을 올리면 외과계가 발전할 뿐 아니라 내과도 덩달아 발전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과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질환이 발견되면 외과로 옮겨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각 분야에서 수술 잘하기로 유명한 의료진을 영입해 화제가 됐다. 폐암과 식도암 분야의 권위자인 분당서울대병원 성숙환(흉부외과) 교수를 영입했고,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오목가슴 수술의 대가인 박형주(흉부외과) 교수를 초빙했다. 심장수술의 명의 송현 교수도 서울아산병원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외과계 진영의 강화는 환자 증가로 이어졌다. 2009년 3월부터 평균 진료 실적이 20%가량 증가했다. 2012년 상반기에만 하루 평균 외래 환자는 6097명으로, 2009년(4978명)에 비해 22.4% 증가했다.

 황 원장은 서울성모병원을 환자와 소통하는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환자가 함께 참여하는 명사 특강, 영화 상영, 골든벨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질병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치료할 수 있는 친근한 병원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장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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