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도 문제, 한·일 경제 프로젝트로 풀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저서 『어느 낙관론자의 일기』 한글판 출간을 계기로 12일 방한할 예정인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 [중앙포토]

“위안부를 포함해 과거사 문제는 가해자인 일본이 한국 등의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고 자국민들을 상대로 역사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독도 문제는 한·일이 경제·과학 프로젝트로 푸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거사와 독도를 둘러싸고 경색된 한·일 관계에 대해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68)이 제시한 해법이다. 유럽의 대표적 철학자 겸 경제학자인 그는 저서 『어느 낙관론자의 일기』의 한국 출간을 계기로 12일 방한한다. 이에 앞서 e-메일로 인터뷰했다.

 - 프랑스 등 유럽인들은 자신들을 침략(제2차 세계대전)한 독일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었나.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금의 독일은 나치 독일과 달리 나치주의자들을 심판했다. 가정, 특히 학교에서 ‘탈 나치화(denazification)’ 정책을 실천했다. 둘째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하면 재발되지 않을지 유럽과 독일 학자들이 함께 연구했다. 어두운 과거를 파고든 거다. 또 대부분의 독일인도 나치 체제의 피해자라고 판단했다. 끝으로, 나치즘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야만적인 독재는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고 봤다.”

 - 비슷한 역사가 있는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이 화해하려면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본 정부와 일왕은 한국인들에게 여러 번 사과했지만, 독일과 달리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본은 독일의 탈 나치화와 달리 역사교육 노력을 하지 않았다.”

 -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가.

 “(일본이 사죄하고 배상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역사교육을 제대로 한다는 전제 하에서) 한국인들은 공개적으로 용서해야 한다. 한국 대통령이 통크게 일본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일본인들은 진심으로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 동아시아 영토 갈등이 국가간 감정 충돌로 커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동아시아에서 전쟁은 나지 않을 것이다. 영토 갈등은 (해결이 가능한) 실질적인 문제라기보단 상징적 다툼일 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전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외교적 갈등이라도 당사자간 직접 협상, 제3자 중재로 풀 수 있다. 독도 문제도 경제 또는 과학 프로젝트 차원에서 함께 풀어보길 권한다.”

 - 미국이 아시아 복귀를 선언한 뒤, 동아시아의 해상 갈등이 고조됐는데.

 “내 생각엔 한국 정부가 역내 갈등을 푸는데 있어서 뭔가 해법을 제안할 최적의 위치에 있다고 본다. 공동의 경제협력 프로젝트도 괜찮지 않나. 현직 대통령이 어렵다면, 차기 대통령이 역내 외교를 주도할 입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론 미국이 군사력으로 역내 평화를 보증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론 허약해진 일본보다 중국의 야심이 더 공세적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