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지점장이 1000억원대 금융사기를 도운 대가로 10억원을 챙긴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다.
6일 금융감독원과 신한은행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지점장을 맡고 있던 박모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석유유통회사인 K사가 지급보증서를 위조하는 데 가담했다. 이 회사가 50억원이나 100억원 단위로 위조한 보증서의 총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K사는 이를 근거로 국내 한 정유사로부터 450억원어치의 유류를 공급받아 주유소에 유통시켰다.
박씨는 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꾸며진 가짜 지급보증서를 지점장실에서 정유사 측에 내줬다. 대가로 K사로부터 14차례에 걸쳐 9억8000만원을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부문검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해 박씨를 면직처분하고 형사고발했다.
은행은 이런 사실을 1년 넘게 눈치채지 못했다. 지난해 내부 감찰에서 박씨의 계좌로 수상한 돈 수억원이 오간 정황을 파악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뒤늦게 착수한 조사에서도 ‘친인척 투자금을 대신 관리해 준 것’이라는 박씨의 말만 믿고 무혐의로 감사를 마쳤다. 박씨는 이후 위조 지급보증서 650억원어치가 건네지는 데 다시 개입해 1억여원을 더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은 이 사건과 별도로 지점 직원 18명이 신용평가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수억원을 빼돌린 사실을 적발해 이들을 모두 면직시켰다.
신한은행은 “보증서 사기는 지점장 개인이 저지른 비리”라며 “은행이 개입됐거나 내부 통제가 허술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