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서 비만 억제 단백질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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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뇌에서 비만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처음으로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이에 따라 비만으로 유발되는 당뇨병과 신부전증·심혈관계질환과 같은 당뇨 합병증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김영범(가천대 석좌교수 겸임) 교수팀과 가천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의 변경희·오병철·이봉희 교수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leptin)의 작용을 촉진하는 단백질 로키나제(Rho-kinase)가 비만 억제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9월호에 게재됐다.

 과학자들은 지난 20여 년간 뇌의 시상하부에서 비만 억제 기능을 하는 렙틴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러나 렙틴이 제 역할을 못 하게 하고, 비만하게 하는 ‘렙틴 저항성’이 발견됐으나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

 연구팀은 생쥐에서 단백질 로키나제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뒤 정상 쥐와 비교했다. 그러자 로키나제 생산 유전자가 제거된 생쥐는 정상 생쥐와는 달리 식욕 조절 능력을 상실해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했고, 체중이 평균 30% 정도 급격하게 불어났다. 이런 실험 결과는 생쥐 100여 마리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는 로키나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렙틴이 식욕 억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박상철 이길여암당뇨연구원 원장은 “비만의 근본적 원인이 식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 이상에서 비롯된 사실이 발견됐다”며 “단순히 지방 함량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비만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약물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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