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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주가 102%↑… 정치 테마주 ‘쪽박’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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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6일 오후 2시. 하루 종일 11만6000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안랩 주가가 갑자기 요동쳤다. 20분 만에 12만6900원까지 솟구치더니 다시 급전직하하며 11만9100원까지 떨어진 뒤 결국 전날보다 2.14% 오른 11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안랩 주가를 움직인 건 정치권에서 들려온 소식이었다.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의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 소식에 주가가 크게 움직였다. 그동안 안랩은 안 원장의 정치행보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안랩 본연의 기업가치나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이 종목 관련 호재나 악재와는 대체로 무관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이 혹시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추측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그간 안 원장에 관해 제기된 의혹 해명을 위한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했다.

 이날 장중 꼭짓점에 안랩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라면 몇 시간 만에 평가손을 크게 입었을 수 있다. 안랩뿐 아니라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대다수 종목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최근엔 시세조종 세력이 정치 테마주에 개입한 정황이 여럿 발견돼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정치 테마주에 대한 투자주의보를 발령했다. 이승범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시장감시1팀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나 인터넷 증권 관련 카페 등 온라인상에서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 중 일부에서 시세조종 행태가 나타났다”며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지난달 주가급변과 관련해 조회공시를 요구한 9개의 정치 테마주를 분석한 결과 평균 주가상승률은 102.5%였다. 이들 기업은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을 비롯해 위노바·오픈베이스·다믈멀티미디어·미래산업·쎄이씨피드·우성사료·한국정보공학이다.

2분기에 평균 40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주가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거래소는 특정 세력이 시세를 조종한 걸로 보고 있다. 일부 소수계좌에서 대규모로 매수주문을 해 물량을 확보한 후, 해당 정치인과의 인맥 등을 과대포장하거나 미확인 사실을 트위터 등에 반복적으로 올리는 수법을 주로 쓴다.

뒤따라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시작하면 시세조종 세력은 1~2일 만에 바로 이익을 챙긴 뒤 빠져나오는 방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엔 주식을 확보해서 차익을 실현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최근 테마주는 그 사이클이 매우 짧아졌다”며 “그만큼 일반 투자자가 단기간에 ‘쪽박’을 찰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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