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월드컵 성공을 가꾸는 사람들(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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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월드컵경기장 김남수씨

"미국에서 스포츠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고향에서 열리는 월드컵과 대륙간컵대회에 봉사할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스포츠메니지먼트 석사과정의 김남수(31)씨는 지난 2월 수원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코너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고 수원월드컵추진위원회에 합류했다.

수원 수일중과 수성고를 졸업,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간 김씨는 고향 주민들이 '1인 1의자 갖기운동'을 벌이며 쌈짓돈을 털어 월드컵경기장 건립에 한 몫을 담당하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경기장 스탠드 좌석(4만3천여석)의 절반을 시민들의 힘으로 장만하고 홈스테이(Home Stay.일반가정에서 외국인에게 무료 숙식을 제공)에도 수천명이 지원한 수원월드컵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룬 셈이죠. 경제적인 효과 마저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해요"

지난 7일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만삭의 아내를 뒤로한 채 귀국, 곧 바로 수원월드컵추진위 상황실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김씨는 업무 파악 1주일만에 신선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선 수원월드컵경기장 주변의 교통억제 및 세외수입 증대를 위해 무료인 주차료를 유료화해 거리에 따라 요금을 차등부과 하자는 것. 수원시가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대륙간컵대회와 월드컵대회동안 차량 2부제를 실시, 위반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해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어 고심하던 차에 김씨의 아이디어는 청량제가 됐다.

김씨는 또 홈스테이 참여 외국인에게 월드컵 협찬사의 차량을 무료 렌트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홈스테이 외국인의 수송 대책에 고심하던 수원시는 김씨의 아이디어가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현재 국내 모 자동차회사와 협의중이다.

김씨는 "아직 현장 경험이 일천하지만 미국프로농구 샌안토니오팀의 홈구장인 알라모돔 등 미국의 많은 경기장을 둘러보면서 스포츠 메니지먼트의 중요성을 배웠다"며 "한국은 경제성 보다는 체면 세우기에 몰두, 월드컵이 일회성 잔치가 되지 않을까 걱정돼 `돈 되는' 잔치로 치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륙간컵이 끝나는 다음달 중순께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내년 월드컵기간 다시 귀국, 월드컵추진위 일을 도울 계획이다. (수원=연합뉴스) 최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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