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부산 유일 동물원, 내년엔 열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8년간 지지부진한 부산 어린이 대공원 내 동물원 ‘더파크’ 조성사업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2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동물원 공사를 이어갈 새 시공자가 정해졌지만 시의회 의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최근 더파크 사업의 시행사 ㈜더파크, 시공사 ㈜삼정기업과 ‘더파크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서’에 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 6월 기존 시공사인 KTB투자증권이 사업 참여를 포기한 지 석 달 만에 새 시공자가 선정된 것이다.

 이번에 체결된 협약서에는 삼정기업이 자금을 조달해 착공일로부터 1년 안에 동물원을 준공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협약서에는 없지만 삼정기업 측은 새 대출금 수백억원을 부산은행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준공 후 최장 3년간 운영한 뒤 경영 등의 문제로 동물원 매수를 부산시에 요청할 경우, 시가 감정평가 후 500억원 범위 안에서 매수하도록 조건도 달았다. 동물원 면적은 5만3193㎡로 동물원이 조성되면 땅값 포함 1500억원대의 자산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이날 부산시의회 보사환경위원회 소속 시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여기서 시의 500억원 조건부 매수안과 시의회 상정 시기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시의회에서 협약에 대한 동의 절차를 거쳐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내년 가을께 동물원이 개장할 수 있을 것으로 부산시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동물원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을 고려하더라도 협약 내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봉민 부산시의회 보사환경위원장은 “오늘 부산시로부터 협약 내용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어 판단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공익사업인 데다 많은 시민들이 동물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도 고려하고 있지만 협약서에 문제는 없는지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기(8월 31일~9월 11일) 상정은 힘들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1982년부터 운영되던 성지곡 동물원은 시설 현대화 등을 이유로 2004년 문을 닫았다. 이후 새 사업자인 ㈜더파크가 동물원 이름을 ‘더파크’로 바꾼 뒤 동물 우리 11동, 공연장, 동물병원, 편의시설 5동을 갖춘 새 동물원 조성사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더파크의 두 차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과 세 차례 조성계획 변경,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공정률 70%대에서 사업이 멈췄다. 더파크가 지금까지 투입한 돈은 590억원이지만 상당수는 대출과 투자자로부터 모금한 돈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진옥 부산시 공원유원지재정비추진단장은 “시의회에서도 동물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동물원이 개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성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