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시위 확산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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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유혈사태가 발생한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 도심에 16일 정부군 장갑차가 배치돼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안디잔 AP=연합]

우즈베키스탄에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3일 동부 안디잔에서 발생한 시위는 정부군의 유혈 진압으로 일단 가라앉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안디잔 사태의 희생자 규모는 600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소요사태 확산 조짐=영국 BBC는 16일 우즈베크 현지 소식통을 인용, "키르기스스탄에 인접한 우즈베크 접경도시 카라수 주민들이 정부 청사를 점거하고 관리들을 밖으로 내쫓았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어 경찰서.세무서 등 관공서에 불을 질렀다. 이어 중장비를 동원, 우즈베크와 키르기스스탄을 연결하는 다리를 자체적으로 연결했다. 이 다리는 2년 전 국경 통제를 강화한 우즈베크 정부에 의해 해체됐었다.

AP 통신은 우즈베크의 한 인권단체를 인용해 지난 14일 안디잔으로부터 30㎞ 정도 떨어진 파흐타바드 지역에서도 소요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고 16일 보도했다. 통신은 소요사태 중에 정부군이 시위대에 총을 발사해 200여 명의 주민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카라수와 멀지 않은 또 다른 국경도시 테페크토시에서도 15일 무장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정부군 8명이 사망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교전 후 500여 명의 주민이 키르기스스탄 국경을 넘어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AP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유혈 진압 희생자 더 많다=안디잔의 한 비정부기구 대표는 15일 AFP와의 전화통화에서 "14일 저녁 동부 지역 한 학교에서 500여 구의 시신이 목격된 데 이어 이날 인근 건설대학에서 100여 구의 시신이 또다시 발견됐다"고 말했다. 시신이 보관된 학교에는 친인척들이 몰려와 시체를 확인하며 오열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안디잔 시내 곳곳에서는 시체 매장 작업이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디잔 소요사태 나흘째인 16일에도 정확한 희생자 수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즈베크 당국이 동부 도시들을 계속 통제하며 언론의 접근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 교민 피해 없어=한국의 외교통상부는 16일 "우즈베크 거주 교민이 1000명이며, 소요 지역인 안디잔에도 우즈-대우 합작자동차 공장 부품 업체 직원과 가족, 한국국제협력단(KOIKA)과 선교사 각 1명 등 15명이 살고 있으나 교민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서울=박신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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