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독도 상륙훈련 나흘 앞두고 취소 청와대가 결정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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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군이 7일로 잡혀 있던 해병대의 독도 상륙훈련을 갑자기 취소했다. 군은 정례 독도 방어 훈련 중 CH-47(시누크) 헬기 2대를 이용해 해병대 수색대원 100여 명을 독도에 상륙시키는 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본지 8월 15일자 1면]

 정부 고위 당국자는 3일 “외국군의 독도 점령을 전제로 국가전략기동군인 해병대의 상륙훈련을 준비해 왔지만, 일본 우익단체 민간인이 기습상륙할 가능성이 더 큰 상황에서 해병대를 동원하는 게 적절한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병대 대신 해양경찰이 외국인의 독도 기습상륙을 저지하는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형 구축함(3200t)과 호위함(1800t), 잠수함, 해상초계기(P-3C), F-15K 전투기, 해경 경비함(3000t) 등을 투입해 실제 상황을 가정해 실시하려던 훈련은 해경 중심으로 진행된다. 일본도 중국과의 영토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에 홍콩 주민들이 상륙했을 때 해상자위대가 아닌 해상보안청이 대응했다.

 훈련 취소 결정엔 군 당국보다 청와대의 판단이 작용했다. 3일 훈련을 기획·감독하는 합동참모본부와 해당 훈련부대 간부들은 취소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군 당국자는 “국가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군사 훈련 내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의 독도 방문(8월 10일) 이후 우리 군의 영토 수호의지를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일 간의 갈등을 우려한 미국이 중재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군 일각에선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 우리 군 독자적으로 훈련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인데 너무 주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훈련을 준비했던 군 부대에선 “우리 군이 우리 땅에서 훈련도 못 하나” “안 하는 거냐, 못 하는 거냐”는 불만도 있다. 군은 1990년대 초부터 1년에 두 차례 해경과 합동으로 함정과 전투기를 동원한 독도 방어 훈련을 실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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