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아모르 파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86호 04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새로 낸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어른학’ 개론서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실 사람의 일생에서 아주 중요한 모멘텀인데, 여기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거나 배운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죠.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가 많은 이유 중 하나로 “고민을 제때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사춘기 시절인 중·고등학교 때 해야 할 고민이 대입 준비 때문에 미뤄지다가 대학생 때 터져나오고, 대학생 때 했어야 할 고민을 취업준비 때문에 유보하다가 직장인이 돼서야 비로소 시작한다는 거죠.

그럼 무슨 고민을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되는 걸까요. 그는 “자기 삶의 짐을 가장 정확한 무게로 받아내게 될 때”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덧붙이죠. “우리에게 지워진 운명적 삶의 굴레는 어느 순간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견뎌내는 것이다”라고.

삶의 굴레가 있음을 알고, 그 무게를 알고, 그 무게를 버텨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됐다고 할 수 있겠죠.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그래서 이 사실을 깨친 ‘어른’들만이 이해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말한 굴레의 역설이 생각납니다. “먼 길을 떠나야 할 때 짐 없는 사람보다 잔뜩 짐을 진 사람이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 짐이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그래도 짐은 덜 무거웠으면 좋겠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