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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후회 없는 대학 전공 선택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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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향미]
[일러스트=박향미]

대학은 ‘큰 배움의 터’를 뜻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큰 배움을 위해서 일정한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전통적인 전공도 있는가 하면 듣기에도 생소한 이름의 신설 전공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전공의 메뉴 앞에서 입시생들은 전공 선택을 위해 심사 숙고하게 된다.

전공과 대학 졸업 후 선택한 직업의 불일치는 이미 수많은 데이터나 주변 사람들의 실상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한 사람이 대학 졸업 후 직장 또는 직종을 평균 4.5회 이상 변경하는 사회로 돌입했다.

전공은 유익한 여행과도 같다. 우리 시대에는 한 지역만을 여행해 본 사람보다는 여러 지역을 여행해 본 사람이 필요하다. 여러 곳에 통하는 일에 글로벌이란 명칭을 부여하는 법이다. 이제는 글로벌 차원의 전공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의 전공을 가지고 모든 것에 무리하게 적용해서 처리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모든 것을 내 식대로만 처리해서 될 일이 아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를 줄 알아야 한다. 어디에 가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고, 어떤 문제를 만나더라도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고, 누구와 같이 일을 하더라도 팀워크에 도움이 되고, 약속은 꼭 지키는 신뢰의 사람이 바로 글로벌 인재이다. 이는 특정 전공이 보장할 수 있는 역량이 아니다.

대학의 전공 선택은 큰 배움을 위한 여행의 시작이다. 작은 그릇이 아니라 큰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 짧은 여행이 아니라 긴 여행을 생각해야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굶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고생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여행은 즐겁다.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은 여행자의 정당한 특권이고 행복이다. 만약 이런 여행을 에너지와 시간의 낭비라고 보면 그는 큰 배움의 세계, 즉 대학의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

대학의 전공은 사회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다.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인되어야 한다. 무작정 떠나는 방랑이 아니다. 그러므로 첫째, 여행자가 좋은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여행자가 자기 자신과 상황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 입시를 잘 이해하는 것보다 자신을 잘 이해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둘째, 자신의 여행지를 자의로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험자들의 체험담은 참으로 중요한 참고자료이다. 그러나 결국 최종 선택은 자신이 해야 자신의 여행이 된다. 여행지 선택의 행복을 타인에게 위임하면 여행 중에 후회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가야 정말 만족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셋째, 누구도 당신을 위한 전공 선택에 대한 정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안심하라.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아무리 좋다고 하는 여행도 내가 좋아야 좋은 여행이다. 대학의 전공은 큰 배움을 위해 있는 것이다.

현우식 호서대학교 입학사정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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