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함부로 갈아타다 낭패볼 수 있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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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요즘 청약통장하면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만능'으로 불리는 이 통장은 공공•민영은 물론 주택 크기에 관계없이 모두 청약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신규 가입자 대부분이 이 종합저축에 가입한다. 정부도 이를 장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극심한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종합저축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종합저축 가입자는 1148만8215명으로 올 들어 23만여 명 늘었다. 2009년 5월 통장 출시 당시에 비해서는 증가 폭이 둔화하고 있지만 신규 수요는 물론 기존 통장을 해지하고 종합저축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7월 말까지 기존 통장 가입자는 43만여 명 정도 줄었다. 청약저축에서 11만7000여 명, 청약예금에서 27만여 명, 청약부금에서 4만여 명이 이탈했다.

신규 가입이야 그렇다 쳐도 왜 기존 통장에서 종합저축으로 옮겨가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가입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 가입자가 더 늦기 전에 말 그대로 ‘만능’인 통장으로 갈아타려는 것이다.

올 들어서만 기존 통장에서 43만명 줄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순위나 3순위 등 통장 가입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 늦게 전에 종합저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장 가입기간이 2년 이상인 장기 가입자의 이탈도 적지 않다.

실제로 청약예금의 경우 올 들어 27만여 명이 줄었는데 이 중 1순위 가입자가 37% 정도인 10만여 명에 이른다. 청약예금이나 청약저축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민영 아파트 분양에는 청약가점제가 적용되는데, 청약가점제의 주요 배점 중 하나가 청약통장 가입기간이다. 총 17점이 배점돼 있고 가입기간이 1년 증가할 때마다 1점씩 증가한다.

그런데 기존 통장에서 종합저축으로 갈아타면 기존 통장의 가입기간이 인정이 되지 않는다. 새로 종합저축에 갈아탄 날로부터 새로 계산하게 된다.

따라서 가입기간이 긴 사람이 종합저축으로 갈아타면 손해다.

그럼에도 가입을 해지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위축과 경기 침체를 요인으로 꼽는다. 분양시장은 청약통장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위축돼 있다. 미분양이 적지 않아 굳이 청약통장이 없어도 얼마든지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이다.

분양시장에선 기존 통장이 더 유리

경기 침체 여파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전세금 마련이나 대출 상환, 생활 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통장을 해지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장기간 청약통장을 갖고 있던 사람은 잔고액이 적지 않다”며 “그러다 보니 급전이 필요한 경우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활비 마련 등 생계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 통장 해지는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분양시장이 침체됐지만 향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청약통장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좋고 분양가가 낮은 아파트 인기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우건설이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단지 등에는 실제로 청약자가 대거 몰렸다.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도 줄어 재테크 여지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셈이다.

기존 통장 가입자는 또 분양시장에서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청약저축의 경우 월 불입액이 10만원 밖에 인정이 안되므로 불입액 면에서 종합저축 가입자보다 유리하다.

민영주택에 쓸 수 있는 예•부금도 마찬가지다. 중소형은 75%, 중대형은 50%를 청약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리는데 통장 가입기간이 종합저축보다 길어 더 유리하다. 정말 급전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굳이 기존 통장을 해지한다거나 종합저축으로 갈아탈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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