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친구들 가르치며 복습 또 복습 국가공인 ‘수학왕’ 됐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이규민(서울 청량고 1)군은 국가에서 인정받은 ‘수학왕’이다. 지난 5월에는 국가공인 수학시험 ‘실용수학능력검정시험(이하 K-STEM)’에서 1급 최고득점자로 장학금을 받았다. 이군은 시험에 응시한 대학생과 특목고생을 제치고 가장 높은 등급인 1급에서 최고득점(100점 만점 89점)을 얻었다

이규민군은 “수학은 응용력이 중요하다”며 “각기 다른 수준의 친구들을 가르쳐 주다 보면 응용력이 생긴다”고 전했다.

날마다 병원학교서 수학 더불어 풀기 봉사

이군을 만난 곳은 경희의료원 어린이 병원학교(이하 경희병원학교). 학교에 가지 못하는 환아들과 병원 근처 저소득층 자녀(초등생~고교생)들을 위한 곳으로 이군은 여기서 또래 학습도우미로 활동 중이다. 아빠가 봉사활동을 해보라며 권한 것이 인연이 되어 중학교 1학년부터 3년간 이군의 놀이터이자 공부방이 된 곳이다.

 학교가 파하면 이군은 눈 돌릴 새도 없이 병원학교로 직행한다.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매일 6시간 이상 이곳에서 숙제도 하고 병원 친구들과 함께 수학 문제도 푼다. 이군은 “친구들에게 문제를 풀어주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개념이 정리가 된다”며 “가르쳐 주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서로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군의 수학 성적은 전교 1등, 1등급이다. 중학교 때도 수학만큼은 줄곧 1등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이군은 “다른 과목은 공부 못한다”며 쑥스러운 듯 웃어보였다. 이군의 성적은 수학 1등급, 영어 1등급, 과학 2등급, 국어 3등급이다. 이군의 아버지 이규섭(49)씨는 “골고루 균형 있게 공부했으면 좋겠지만, 부모 욕심을 덜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어린 시절에는 보드게임으로 수학의 기본을 익히고, 집중력을 키웠다.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더니 이후로는 너무 수학 공부만 해서 걱정일 정도”라고 했다.

하루 3단원 정도 교과서와 EBS 교재 풀어

이군의 문제집 앞장에는 일일계획표가 붙어 있다. 직접 세운 하루 수학 공부량을 일주일 단위로 붙여 놓고 한 권씩 문제집을 ‘처치’한다. 이군은 "하루에 3단원 정도 묶어서 푼다”며 “다른 친구들은 하루에 한 단원 혹은 반 단원만 해도 6개월 후에 수학 점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군은 어떤 교재로 공부할까? 의외로 이군의 교재는 교과서와 EBS 뿐이다. 중학교 때는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교과서에 있는 문제를 모조리 풀었다. 이군은 “예습보다 복습이 더 중요하다. 수업 중 배운 내용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복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 본격적으로 고교 수학을 공부했다. 이때도 교과서부터 시작해 개념을 익히고 EBS 교재의 문제를 풀었다. 문제를 풀 때는 시간을 정하고 어려운 문제 위주로 푸는 편이다. 이군은 “수학 공부시간을 정해두고 쉬운 문제만 풀며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많다”며 “몇 시간을 공부했느냐보다 어려운 문제 하나를 제대로 푸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응용력이 중요하다. 응용력을 높이는 데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며 문제를 푸는 것이 좋다. 이군은 “남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가르쳐 준 문제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응용문제가 나와도 쉽게 풀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용수학능력검정시험(K-STEM)=지난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국가공인 취득을 받은 유일한 시험이다. 이군이 응시한 지난 8월, 제15차 시험은 초·중·고생 응시자 수만 4000여 명을 넘었다. 전체 응시자 중 중·고교생은 60%, 초등생은 30%, 대학생 및 일반인은 10%가 응시했다.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