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침해한 ‘바운스백’ 신제품엔 안 써 … 애플이 어긴 통신특허는 휴대전화에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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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벌어진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전은 삼성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삼성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피해 가고 자사의 표준특허는 인정받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에 삼성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한 ‘바운스백’도 실질적인 타격은 적다. 삼성전자는 네덜란드와 호주 등에서 이 기능 때문에 판매금지 가처분을 당하자 되튕기는 대신 가장자리가 푸르스름하게 바뀌는 우회 기술을 이미 적용했다.

 애플의 주무기는 무력화된 반면 삼성은 통신 관련 표준특허로 배상과 판매금지를 이끌어냈다. 현재 애플은 판금을 당한 아이폰3GS와 아이폰4 대신 아이폰4S를 주로 판매하고 있어 당장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애플이 침해한 삼성의 특허가 휴대전화를 만들 때 회피할 수 없는 표준특허기 때문에 신형 제품까지 추가 소송을 당할 위험에 노출됐다. 삼성은 통신표준특허 관련 본안소송 가운데 올 초 독일 만하임에서는 패소, 3월 네덜란드에서는 승소했다.

 한국 법원의 판결은 미국 새너제이와 호주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판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서 같은 쟁점으로 이어지는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22일(현지시간)부터 최종 평결을 위한 토의에 들어간 상태다. IT 소송 전문가인 구태언 변호사(법률사무소 행복마루)는 “미국에서는 배심원들이 평결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고 나면 재판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재판의 경우 배심원들이 한국 법원의 결론을 주목하고 평결에도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한국 법원이 양쪽 모두 특허침해를 인정했다”고 사실 중심의 속보를 내놨지만 로이터가 ‘서울 법원, 삼성이 애플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제목을 다는 등 실질적으로 삼성이 이득을 봤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삼성은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이 미국 배심원단에 역효과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애플 본사에서 멀지 않은 새너제이 지역에 사는 배심원들이 “한국이 안방에서 텃세를 부렸다”고 받아들일 경우 삼성에 불리한 결정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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