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칭화대생 50명 중 23명 “통일 한국 위협적” … 한반도 현상유지 무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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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월 9일 중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0년 3월 천안함이 침몰됐다. 북한 소행으로 밝혀졌다. 8개월여 뒤 연평도가 북한군의 포격에 당했다. 우리 국민은 중국을 바라봤다. 당연히 우리 입장을 지지해 줄 걸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는 등 북한 편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진찬잉(金燦榮)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지난해 12월 19일 김정일 사망 때 중국이 보인 반응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당시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 각 부문에 비상회의가 소집됐다. 대응책을 결정하기까지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먼저 조문, 그리고 군사·외교적 대비였다. 곧바로 당 중앙위원회, 전인대 상무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국무원 명의로 북한에 조전을 보냈다.

 아울러 동북 지역과 북한 접경지역 경비를 책임지는 선양(瀋陽) 군구는 24시간 비상체제로 들어갔고, 조기경보기 4대가 추가 배치됐다. 신의주를 맞보고 있는 단둥(丹東)시 공안당국에는 특수부대가 보강돼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북한의 혼란으로 인한 한·미 연합군의 북한 진입을 막겠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진 부원장은 “한반도의 안전은 곧 중국의 안전”이라며 “중국은 앞으로도 북한의 안정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 수교 20년, ‘한반도의 통일 지지’는 중국 외교의 일관된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안정적인 현상유지(status quo)’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그게 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나오는 게 이른바 북한의 ‘완충지대론’이다. 황펑즈(黃鳳志) 지린(吉林)대 행정학원 국제정치과 주임은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일본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3국 해군과 육군 역량 충돌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을 남한에 묶어두는 전략적 가치도 크다는 설명이다. 탕융성(唐永勝) 국방대학 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아예 대북 관계에 있어 중국 고대 병법인 ‘원교근공’(遠交近攻·먼 나라와 화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친다)을 포기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한반도 통일 후 미군이 중국 국경까지 접근하는 일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외교 전문가들의 입장은 일반 중국인들의 생각과도 상통한다.

 대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본지가 한·중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중국 대학생들은 “한반도 통일은 최소한 15년 뒤에나 했으면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베이징(北京)대·칭화(淸華)대·런민 대 재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반도 통일 시기’를 묻는 질문에 38명이 “15년 이후”라고 답했다. ‘5~10년 사이’라는 의견은 9명에 불과했다. 이 중 23명은 “통일 한국은 중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생들의 심리에도 ‘현상 유지’가 깔려 있는 셈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이른바 ‘신(新)완충지대론’이다. 진창이(金强一) 옌볜(延邊)대 동북아연구원장은 “한반도 분단은 중국 동북지방 발전에 결코 이롭지 못하다”며 “통일이 되면 미국·일본·러시아는 물론 한국과도 협력할 부분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긴장 요소가 사라져 주변 4강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는 게 진 교수의 진단이다. 리카이성(李開盛) 샹탄(湘潭)대 교수도 이에 동의한다. 다만 그는 “한반도 통일이 중국 국익에 반하면 곤란하다”며 “통일된 한반도의 중립성이 전제되는 통일 방안을 찾아야 하며, 그 답은 한국이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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