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명칭ㆍ면허 "스승 제자 사이 갈라놓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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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의 명칭 변경ㆍ면허 부여 문제가 스승과 제자 사이의 갈등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최근 간호조무사 교육자들이 의료법 제80조 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간호조무사들이 '진정한 스승이 맞냐'며 전면 반박에 나섰다.

순천향대병원 비둘기회 등 서울지역 8개 병원의 간호조무사들은 23일 성명을 통해 "간호조무사의 미래를 발목잡는 스승은 간호사 본연의 업무로 복귀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선생님들이 생계를 우려해 전문대 간호조무과 개설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 이해할 수 있으나, 의료법 개정 반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앞서 지난 8일, 간호사 출신의 간호교육자들로 구성된 한국간호조무사교육자협회와 전국보건간호교과연구회의 입장 발표에 따른 것이다. 이들 교육자 단체는 "간호실무사는 말 그대로 간호업무의 실무를 맡는 것인데, 의료법상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간호보조업무와 진료보조업무로 명시돼 있어 서로 배치된다"면서 의료법 제 80조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간호조무사에게 보건복지부 장관 면허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30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인 것 같다"며 "각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이 300여 가지인데, 모두 중앙으로 회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에 그들의 제자라고 밝힌 서울지역간호조무사회는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은 인내하더라도 우리를 '간조', '조무사'로 부를 때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이러한 제자들의 모습에 측은하다고 생각해 본적 있냐"고 서운함을 표했다.

더불어 "의료인, 약사, 의료기사 등 모든 보건의료인에게 면허신고제가 도입됐는데 유독 제자인 간호조무사만 왕따시키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자격취득자 52만1440명 가운데 실제 취업률은 24%에 불과하며, 월급은 120만원 남짓이다. 이들은 "1999년도 11월 간호등급제 시행으로 50%이상의 간호조무사 인력이 병원급이상 의료기관에서 퇴출당했다"면서 "이제는 진료보조권까지 박탈해 동네의원에서 마저 일자리를 빼앗길 위기"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실의 열악함을 제시하며 서울지역간호조무사회는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어 반대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생각한다. 스승이 누구보다 먼저 의료법 개정에 적극 동참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어 "끝내 우리를 버린다면 간호조무사의 미래를 발목잡는 선생님의 소속 간호학원 명단을 공표, 더이상 간호조무사 후배를 가르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스승이길 포기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본연의 업무로 떠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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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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