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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대풍” … 추석 과일값 올해는 콧대 꺾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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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북 장수의 사과 과수원에서 농장주 백두인씨(가운데)가 이마트 오현준 과일바이어(오른쪽)와 추석 선물세트로 출하할 사과를 둘러보고 있다. [장정훈 기자]

지난 22일 해발 550m의 산비탈에 위치한 전북 장수군의 사과 과수원. 가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제 막 빨간색을 띠기 시작한 사과가 익어가고 있었다. 과수원 주인 백두인(45)씨는 “고도가 높아 일교차가 크다 보니 사과 당도가 높아 맛이 아주 달다”며 “올해는 특히 태풍이나 폭우가 없어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20%는 많을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장수는 부사 품종보다 수확 시기가 한 달 보름 정도 빠른 홍로(紅老) 사과 주산지다. 추석을 한 달여 앞둔 이맘때면 홍로 선물세트를 준비하려는 대형마트 직원들 발길이 잦아진다. 720여 농가가 한 해 2만t 안팎의 사과를 출하하는 장수군에선 백씨뿐 아니라 다른 농가의 과수원도 풍작이라고 한다. 이마트 오현준 과일바이어는 “장수뿐 아니라 경북 문경, 충북 제천 등 주요 사과 산지가 모두 대풍이다”라고 말했다.

 값이 안 오르는 게 없는 요즘이다. 그래서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들 걱정이 깊어 갔다. 가뜩이나 물가가 오르는데 추석이 닥치면 물가가 한층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석 물가는 한시름 덜어도 좋다는 게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말이다. 추석이 예년보다 늦어 사과나 배가 익을 시간이 충분하고, 집중호우나 태풍 같은 기상이변도 적어 수확량이 늘었다. 추석 과일값이 지난해보다 내려갈 것이란 소리다. 이에 더해 사육 마릿수가 늘어난 한우값 역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추석 선물세트 준비에 한창인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사과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이상씩 늘려 잡고 있다. 경기 침체를 고려해 참치 세트처럼 최근 가격이 줄줄이 오른 가공식품 대신 값이 떨어질 사과나 배를 올해 주요 추석 선물세트로 밀겠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신경환 과일담당 상품기획자는 “지난해보다 사과는 20%, 배는 10~15% 정도 가격이 싸질 것”이라며 “지난해보다 물량을 50%가량 늘려 60만 세트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15개가 들어가는 ‘고급(VIP) 사과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1만원가량 낮은 4만9000원 선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마트는 ‘맛깔스러운 사과 골드세트’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저렴한 3만2800~3만4800원 선에 준비하고 있다. 배는 현재까지의 작황은 양호하지만 이달 초부터 일부 지역에서 표면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흑성병이 돌고 있는 게 변수다. 이마트 오현준 과일바이어는 “9월 초께 돼야 정확한 수확량이 나오겠지만 최근엔 흑성병이 잦아들고 있어 지난해보다는 가격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우 세트 역시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대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현재 전국 축산 농가의 사육 마릿수는 307만6000여 마리로, 전국한우협회가 국내 적정 한우 사육량으로 꼽는 250만~260만 마리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가을에는 지금보다 적은 305만 마리였음에도 한우값은 예년보다 20% 이상 폭락했다. 홈플러스 축산팀 이호종 바이어는 “올해는 암소를 많이 잡아 한우 2~3등급 가격은 10%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홈플러스는 농협과 공동 기획한 안심한우 정육갈비 혼합세트를 13만900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2등급 한우 냉동 갈비를 사상 최대인 2만 세트를 준비해 10만원 이하에 판매키로 했다.

 굴비 역시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마트 유준선 수산팀장은 “지난해 추석 이후 참조기 어획량이 증가해 비축 물량이 많다”며 “지난해보다 10% 정도는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는 현재 온라인몰을 통해 추석선물세트 예약을 받고 있으며 다음 달 10일께부터 매장에서 선물세트를 직접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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