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 경쟁력이 문제 … 경기부양으론 해결 못 해 지속 가능한 투자가 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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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럽 사태가 또 한 차례 중요한 분수령을 맞는다. 23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회동한다. 글로벌 시장이 잔뜩 기대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회원국 국채 매입 등 ‘2012년판 위기대책’을 논의한다. 좌우파 간극을 뛰어넘어 컨센서스를 이룰 수 있을까.

메르켈은 우파, 올랑드는 좌파로 분류된다. 이들의 리더십을 잘 알고 있는 전 덴마크 총리인 라르스 라스무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이 20일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단독으로 인터뷰한 까닭이다. 그는 재임 기간(2009~2011년) 중 유럽 정치무대에서 ‘사심 없는 중재자(honest broker)’로 통했다. 유럽 사태를 날카롭게 예측할 수 있는 인물이다.

 - 메르켈과 올랑드가 위기대책을 놓고 의견 충돌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두 사람의 차이점을 너무 크게 볼 필요는 없다. 미세 조정만 하면 되는 수준이다. 오히려 가장 큰 문제점은 유럽의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느리다는 사실이다.”

 - 두 사람 의견 차이 때문인가.

 “아니다.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져 있어 합의 사항을 각국에서 비준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라스무센은 3년가량 우파 연립정권을 이끌었다. 그래서 연립정권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의 처지를 잘 이해할 만한 리더다.

 - 요즘 메르켈이 그리스 구제작전 때문에 연정 파트너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메르켈은 독일 국민과 유로존 회원국들 사이에 끼여 있다. 독일인은 메르켈이 그리스 등 재정위기 국가에 너무 많은 돈을 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유로존 유지를 이끌면서 동시에 독일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해 왔다.”

 - 내년에 총선인데 메르켈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요즘 유럽에선 집권당이 줄줄이 선거에서 패했다. 그도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메르켈은 쉬운 길보다 올바른 길을 택하길 소망한다.”

 라스무센은 미국발 금융위기 와중에 재무장관을 지냈다. 그때 금융회사들을 성공적으로 구제했다. 정부 지출도 삭감했다. 이는 그가 믿는 ‘올바른 결정(우파식 개혁)’의 예들이다.

 - 긴축이 재정적자 감소 대신 경기침체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유럽 위기는 단순히 부채 문제가 아니다. 경쟁력 위기이고 고령화 문제다. 경기를 부양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무턱대고 지출을 삭감해도 안 된다.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경쟁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녹색성장 전략이 대표적인 예다.”

 - 경기침체인데도 녹색성장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가.

 “녹색성장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아주 빠르게 성장해 왔다. 이제 녹색성장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광복절 연설에서 ‘한국이 앞장서 새로운 길(코리안 루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덴마크 정부가 제안한 그린란드 공동 탐사가 코리안 루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글=강남규 기자, 사진=서계호 인턴기자

◆라르스 라스무센=올해 48세.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담에서 의장을 맡았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자유당이 1당을 유지했지만 연립정부에 참여한 다른 정당이 의석을 잃어 총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올 5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GGGI는 한국이 앞장서 만들고 있는 국제기구”라며 “한국 국회가 하루 빨리 비준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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