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수리논술 응시자 평균 31점 “논술 경쟁률 100대 1 … 어려워야 변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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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년제 대학 중 서울대(1.6등급)에 이어 평균 내신등급이 둘째로 높은 서울시립대(1.9등급)의 수리논술 응시자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31.4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2012학년도 시립대 수리논술(A형) 응시자 1570명의 점수대를 분석해 보니 1405명(89.5%)이 50점 이하였다. 50점이 넘는 학생은 165명에 불과했고 70점이 넘는 학생은 5명뿐이었다. 최고점은 77.5점에 불과했고 0점을 받은 학생도 14명이나 됐다. 수리논술이 어렵다 보니 응시자들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최성모 시립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지난해 논술 경쟁률이 100대 1이 넘었다”며 “합격 여부를 가리기 위해선 변별력 있는 문제를 출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수리논술 난이도는 더 높아진다. 대학들은 “논술 경쟁률이 높다 보니 변별력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성근 대교협 입학전형지원실장은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이르다 보니 대학들은 최상위 서너 명만 풀 만한 수준으로 문제를 낸다. 그러니 대부분의 수험생이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최상위권 대학 지원자들은 실력이 비슷해 어렵게 내지 않으면 걸러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도 “쉽게 내면 오히려 사교육을 받은 특목고나 서울 강남 학생들이 유리해진다”며 “새로운 문제를 내야 진짜 실력 있는 학생을 가려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 간의 경쟁의식도 어려운 논술을 부추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외대 교수는 “쉽게 내면 소위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대학들의 경쟁심리 때문에 문제가 계속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양대 교수도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우리만 쉽게 내느냐. 상위 세 대학이 어렵게 내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쉬운 수능으로 인한 변별력 저하도 원인으로 꼽힌다. 강제상 경희대 입학처장은 “현재 수능으로는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력을 확인할 길이 없다”며 “학교 내신도 ‘찍기시험’ 수준이어서 문제를 어렵게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은 "고교 교과서의 개념과 정의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면 모두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상위권 학생들을 뽑는 상황에서 쉽게 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한 교수는 “학생부엔 모두 ‘우수하다’고 써 놓고 수능도 변별력이 없는데 어려운 시험이 없다면 오히려 불공정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성시윤(팀장)·천인성·윤석만·이한길·이유정 기자, 박소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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