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난동의 무대가 된 지하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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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30대 남성이 승강장에 있던 승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불특정 승객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범죄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빚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난동은 유모(39)씨가 전동차 안에서 침을 뱉자 승객들이 “어른이 공공시설에 침을 뱉으면 되겠느냐”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분노에서 시작된 ‘격정 범죄’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로 치달은 것이다. 난동이 10여 분간 제지되지 않아 전동차와 승강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안전하고 쾌적해야 할 대중교통 시설에 순식간에 죽음의 공포가 엄습한 것이다.

 지하철 범죄는 이제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전동차 내 흡연과 음주 등 소란은 말할 것도 없고 성추행과 절도, 폭력 사건까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에서 발생한 지하철 범죄는 2006년 1847건에서 지난해 2343건으로 27% 급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치안 시스템은 허술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서울 지하철수사대 인원이 100여 명에 불과하다. 2000만 수도권 시민이 이용하는 주요 교통수단인 지하철이 범죄의 무대가 된다면 누가 안심하고 출퇴근길에 오를 수 있겠는가. 경찰력과 예산을 대폭 보강해 지하철이 더 이상 ‘불안철(不安鐵)’이란 오명을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폐쇄회로(CC)TV 설치를 확대하고 정복 순찰을 강화해 예방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범죄에 제때 대응하기 위해선 관련 지방공무원과 도시철도공사 임직원을 특별사법경찰로 임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