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부르는 색? KLPGA 선수들의 셔츠에 담긴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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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제윤, 이명환, 배경은, 김다나. 사진=오세진 기자]

붉은 셔츠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트레이드 마크다. 전성기 시절의 우즈가 붉은 셔츠를 입고 최종 라운드에 나서면 다른 경쟁자들은 강렬한 붉은 빛에 압도됐다. 선수들 사이에서 우즈의 붉은 셔츠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우즈는 “붉은 셔츠를 입고 경기하면 왠지 모르게 강렬한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붉은색이 자신감을 불러온다”고 말하곤 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도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의상에 특별한 신경을 쓴다. 넵스마스터피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9언더파)에 오른 양제윤(LIG)은 19일 강원도 홍천의 힐드로사이 골프장(파72)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 보라색 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는 “어머니가 오늘 보라색 셔츠를 입으라고 추천해 주셨다. 예술에 조예가 깊으신데 보라색이 화려한 예술적 이미지를 풍긴다고 오늘을 우승을 위한 ‘화려한 날’로 만들자고 하셨다. 오늘을 화려한 보라 빛으로 물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양제윤과 함께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 이명환(하이스코)은 형광 핑크색 셔츠를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중간합계 5언더파로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환은 역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그는 “형광 핑크색이 밝고 강렬하다. 우승을 향한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긴장되기도 하지만 컨디션도, 샷 감도 좋다. 내 자신을 믿고 오늘 최선을 다하겠다. 핑크 셔츠를 입고 꼭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챔피언 조의 또 다른 선수인 김다나(우리투자증권)는 우승 전략으로 곤색 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는 “챔피언 조에서 마지막 날 경기를 하는 건 처음이다. 어렵게 잡은 우승 기회인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차분한 마음을 갖고 경기에 임하자는 뜻에서 짙은 파란색 계열인 곤색을 입고 왔다. 블루 톤 색상의 옷을 입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경은(넵스)은 이날 팬 서비스를 위해 빨간색 셔츠를 입었다. 대회가 열리고 있는 힐드로사이 골프장 곳곳에는 대회 스폰서인 넵스 소속 선수들의 실물 크기 모형이 서 있는데, 팬들은 이 모형 옆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등 관심을 드러냈다. 배경은은 “내 모형과 동일한 빨간색 옷을 입고 왔다. 대회 마지막 날인 만큼 응원해 주는 팬들과 기념 사진을 찍으려고 입었다. 모형이 아닌 실제 배경은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며 “오늘 빨간 색 셔츠를 입고 우승한다면 앞으로 최종 라운드마다 같은 색 옷을 입겠다”고 덧붙였다.

홍천=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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