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연호 7년 → 12년 … 유력인사 줄 잇는 중형 선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잇따라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예전에 1심과 혐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형량을 낮춰 ‘기계적 감형’이란 비판을 받았던 항소심이 엄정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정형식)는 17일 박연호(62) 부산저축은행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심보다 형량이 오히려 5년이나 높아졌다. 박 회장은 불법대출 6조315억원, 분식회계 3조353억원, 위법배당 112억원 등 총 9조780억원에 이르는 금융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재판부는 “그룹 책임자로서 저축은행 파산을 초래해 다수 서민 예금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은 엄중히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또 “박 회장이 불법대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부산저축은행그룹 지분을 22% 이상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최종 승인 없이 대출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횡령 등 다른 범행도 보고받았기 때문에 몰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성기문)는 이명박 대통령의 처사촌 김재홍(73)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추징금 3억90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됐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다.

 재판장인 성기문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실형을 유지한 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을 질타했다.

 성 부장판사는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신중히 처신해야 하는데도 유 회장을 만나 어울리면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거액을 수수했다”면서 “이로 인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많은 영향을 주고 국민에게 사과까지 하도록 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친인척 비리가 국가 기강의 해이를 초래하고 백성을 고통받게 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대통령 측근 비리 척결이 시대적 과제이자 역사적 소명임을 고려하면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판장은 김씨의 병보석 청구에 대해서도 “고령과 지병을 앓는 한 노인의 애처로운 사정을 바라보는 인간적인 심정으로는 당장 석방시켜 치료를 받게 하고 싶지만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기각했다.

 이처럼 최근 항소심에서는 감형을 해주는 사례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원심보다 형량을 줄이는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통계를 내고 있다”며 “일선 재판부가 이런 상황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