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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노후생활 제1조, 가족에게 지나친 헌신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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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나이 방랑
제프 존슨 외 지음
김정숙 옮김, 사이
256쪽, 1만3000원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를 위한 노후생활 레시피다. 40, 50대는 부모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사회의 주도세력이란 ‘젊음의 특권’을 다음세대에 넘겨줘야 하면서도 유례없이 긴 여명을 견뎌야 한다. 요컨대 요즘의 중년들은 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와는 다른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각각 심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두 광고인 출신이 해법을 찾아 나섰다. 하나의 트렌드가 주류로 자리잡기 전에 알아차리는 능력으로 먹고사는 이들이니 기대할만 하다.

 이들은 중년세대의 문제를 ‘모래시계 현상’으로 압축한다. 살면서 해온 수십 가지 선택들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삶에 대해 아무런 선택권이 남아 있지 않다고 느껴질 때 나타나는, 무언가에 갇혀버린 듯한 무기력 증상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모래시계의 확 좁아지는 중간 부분에 빗댄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은이들은 다시 힘을 내어 그 병목구간을 빠져나가면 젊은 시절 못지않게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모래시계 해법’을 제시한다. 이는 책의 원제 ‘hourglass solution’이기도 하다.

 해법은 7가지다. 당신의 삶을 헝클어뜨려라, 나를 나에게 집중시킬 것을 허락하라, 가족에게 절대적으로 헌신하지 말라 등인데 대체로 이기적 혹은 자아도취라 불릴 우려가 있는 조언들이다. 하지만 지은이들은 “당신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성과 그렇게 할 권리가 당신에게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아마도 인생의 이 단계에서 당신이 얻게 될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 될 것”이라 역설한다.

 이들에 따르면 성공적인 삶이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컨트롤할 능력을 갖는 삶, 즉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다. 그러기 위해 “했을 텐데…, 했어야 했는데…, 할 수도 있었는데…”를 반복하며 아무 의심 없이 판에 박힌 일상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완벽한 선택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의 내 선택이 미래의 내 삶의 지평을 넓혀줄까 혹은 제한할까” 고민해 보란다. 천지가 개벽하는 것도 아니니 일상 궤도에서 벗어나도 보고, 자식을 핑계 삼아 자신을 합리화하지도 말란 이야기다. 또한 몸매 가꾸기를 포기하는 것은 모든 ‘포기의 시작’이라는 지은이들의 권유는, 이 땅의 모든 ‘낀 세대’들이 귀기울일 만하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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