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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추억의 영화 관람, 엄마와 아이는 동화그림 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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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예송미술관 도슨트가 ‘그림 속에 풍덩’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입추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무더위도 한풀 꺾였다. 더위에 지쳐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무료 문화행사 정보다. 영화상영뿐 아니라 다양한 미술전시와 공연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남은 여름을 알차고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13일 오후 5시 송파구 예송미술관. ‘그림 속으로 풍덩’ 전시회가 한창이다. 전시는 ‘동그라미와 네모’ ‘그림책 나무’의 두 가지로 구성됐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왼쪽 한 켠에는 하얀색·회색·검은색의 부드러운 천으로 된 정육면체들이 여기 저기 널려있다. 노주련 작가의 작품인 ‘퍼펙트 큐브’다. 처음 보는 아이들은 “푹신한 소파 같다”고 입을 모은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파란색·초록색·주황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의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황은화 작가의 작품 ‘원(圓)’은 가운데 기둥에 원의 일부분이 그려져 있어서 기둥을 중심으로 작품을 바라봐야 완전한 모양의 원이 된다. 김혜원(9·송파구 삼전초 2)양은 “보는 위치에 따라서 그림의 모양이 바뀐다”며 “동그란 모양이 이렇게 그려질 수도 있다니 신기하다”며 웃었다.

  전시장 오른쪽에 마련된 ‘그림책 나무’ 전시는 더욱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일러스트 작품을 원화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9살 딸과 6살 아들을 데리고 미술관을 찾은 오혜경(38·송파구 삼전동)씨는 “동화책에서 자주 접하던 그림이 액자 속에 담겨있어서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갖는다”며 “먼 곳에 가지 않고, 집 근처에서 이런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석촌호수 동호에 있는 갤러리 수(水)에서는 ‘오토포이 박사의 연구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잊혀져 가는 동심을 일깨워주는 설치작품과 평면회화 30여 점이 전시 중이다. 송파구청 갤러리에서도 ‘아름다운 동행전(展)’이 열려 임정순 작가와 이채원 작가의 평면회화 4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송파새싹극장과 송파청춘극장에서는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송파새싹극장에서는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만화영화를 상영한다. 마천관은 지난 6월 잠실관은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김숙희(63·송파구 잠실동)씨는 4살 된 손자를 데리고 매주 금요일 잠실관을 방문한다. 올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손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키고 싶어 이곳을 찾게 됐다.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간접경험도 하고, 또래들에게서 공공장소 예절도 배울 수 있다. “바른 자세로 영화를 보는 친구가 있으면 스스로 자세를 가다듬더군요. 영화가 끝난 뒤에는 같이 영화에 대한 얘기도 나눕니다. 무료로 영화보고, 공공예절도 배우고, 할머니와 손자가 서로 소통할 수도 있으니 일석삼조(一石三鳥)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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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파청춘극장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추억의 영화를 상영한다. 지난해 3월 제1관이 송파구민회관에서 문을 연 데 이어 올해 1월 송파구체육문화회관에 제2관이 마련됐다. 송파구청 문화체육관광과 윤순일 주임은 “송파청춘극장은 이제 노인전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보나(70·송파구 방이2동)씨도 송파청춘극장을 자주 찾는 사람 중 하나다. 유씨는 “갈 곳이 마땅히 없는 노인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며 “추억의 영화도 볼 수 있고, 더위도 식힐 수 있어 시간이 나면 영화를 보러 방문한다”고 말했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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