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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떠나는 교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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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북 청주의 A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모(50·여) 교사는 지난 6월 교육청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교단에 몸담은 지 25년이 넘은 이 교사는 “더 이상 미련이 없다. 계속 학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자식뻘도 안 되는 학생에게 무시를 당하는데다 가중되는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인근 학교 동료교사가 여중생에게 폭행과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듣고 병가를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은퇴 결심을 굳혔다.

 제천시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박모(52·여) 교사도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정년이 10여 년 가량 남았지만 더 이상 학교에 남아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걱정스러워서다. 박 교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교원이 늘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교권침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임교사 시절 품었던 각오를 되돌아보기도 했지만 가족과 상의해 퇴직하기로 결정했다.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권위축에다 무너지는 교단을 지키는데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충북교육청은 최근 도내 교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초등 56명, 중등 176명(공립 156명, 사립 20명) 등 232명이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44명(초등 48명, 중등 96명)보다 88명(61%) 늘어난 규모다. 2010년 114명(초등 49명, 중등 65명)보다는 118명(103%)나 늘어났다. 올 초 신학기 시작 전에도 2010년 75명보다 67명(89%)이 늘어난 142명의 교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중등의 경우 2010년 65명에서 올해는 176명으로 증가세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4743명(2월 2879명, 8월 1864명)의 교원이 명예퇴직한다. 이는 지난해 4151명보다 592명 증가한 수치다. 시·도별로는 서울 1223명, 경기 680명, 부산 423명, 경북 337명, 경남 288명, 대구 234명 등이다.

 교사들이 교단을 계속 떠나는 것은 학교폭력 등 학생지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교권의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제정 움직임 등 학생인권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지는 반면 교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교총이 명예퇴직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94.9%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라고 답했고, 교육환경 변화로는 70.7%가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의 어려움 및 교권추락 현상’을 꼽았다고 발표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건강문제 등 개인적인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심각해지는 교권침해 문제도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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