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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골프장 개별소비세 폐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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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재홍
MFS골프 대표이사
체육학 박사

대한민국에서 골퍼로 살다 보면 참 이해하기 힘든 논리에 말문이 막힐 때가 많다. 최경주와 박세리가 우승하면 정부에서 청와대까지 불러 훈장을 주지만 그 훈장을 상신한 공무원이 골프를 치면 징계를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에서 골퍼로 살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것도 많다. 라운드 한 번 나가는데 수십만원의 비용을 내야 하는 현실이 그중 하나다. 수십만원 하는 그린피에는 개별소비세 등 각종 세금이 붙어 있다. 골프장에 공을 치러 가는데 룸살롱이나 도박 시설에 가는 것 같은 취급을 받는 게 대한민국 골퍼다.

 정부가 지난 7월 21일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관 합동 집중 토론회’를 열고 골프장 개별소비세 인하 방안을 논의했다. 연이어 8월 8일에는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한시적으로나마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주기로 한 정부의 결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1974년부터 대통령 긴급조치령에 의해 중과세 대상으로 지정된 골프가 38년 만에 사치성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어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숙고해 보면 다소 어정쩡한 결론에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측면에서 개별소비세 폐지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내린 결정이겠지만 그보다 표를 의식한 여의도 눈치를 본 결정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골프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는 한시적 유보가 아닌 폐지를 해야 한다. 골프란 스포츠의 특성과 사회적·문화적·경제적 효과를 따져보며 그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2011년 말 기준 전국의 골프장 숫자는 410개소에 이른다. 골프 인구는 약 336만 명이며, 지난 한 해 골프장을 찾는 내장객은 2690만 명이라고 한다. 2011년 기준 야구장의 내장객 수가 681만 명이라고 하니 4배가 넘는 인구가 골프를 즐겼다. 골프는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중 스포츠가 됐다.

 골프는 인구통계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으로 볼 때도 무궁한 성장 잠재성이 있다. 한국골프협회가 몇 해 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골퍼 1인이 월평균 43만원의 비용을 골프를 위해 지출한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추산해 보면 골프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8조원(43만원X336만 명X12개월)에 이른다. 파생적인 비용까지 합하면 연간 3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가 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레저·실버산업이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시장은 미래 전략사업으로서도 매력이 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최경주·박세리 같은 골퍼들의 활약 덕분에 이제 대한민국은 당당한 골프 강국으로 우뚝 섰고, 그 덕분에 골프 강국 대한민국을 알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이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골프 문화와 산업을 중국·동남아 등 세계시장으로 확장·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시대적 호기에도 불구하고 케케묵은 과거의 논리로 골프산업을 이해하고 주장한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표본이 될 것이다.

 전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골프 강국 한국의 이미지가 사치성 골프, 중과세, 열악한 골프 환경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 기회에 구시대의 산물인 골프장의 개별소비세를 폐지해 보다 많은 골퍼가 골프장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별소비세를 폐지하면 경제적인 이유로 자주 골프장을 찾지 못했던 대다수 골퍼가 더욱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고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며 궁극적으로는 골프가 건전한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골프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올바른 골프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전재홍 MFS골프 대표이사 체육박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