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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로 보면 ‘체력은 국력’ 틀린 말 아닌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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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체력은 국력이다.” 어린 시절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이다. 전국체전 때마다 박정희 대통령이 치사에서 했던 말이고, 학교 운동회 때마다 교장 선생님이 했던 말이다. 국민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운동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구령 소리에 맞춰 팔다리를 흔들고 몸을 움직여야 했다. 몸 튼튼하다고 나라가 강해지나? 어린 나이에도 그런 의문이 들었었다. 못 먹고 못 입던 시절 얘기다.

 런던 올림픽의 최종 메달 순위를 보면서 ‘체력은 국력’이란 말이 새삼 떠올랐다. 국별 메달 수를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대체로 국력 순이다. 금메달 우선 기준으로 보나 총 메달 수 기준으로 보나 단연 1위는 미국이다. 금메달 46개로 2위인 중국보다 8개가 많다. 총 메달 수에서도 미국(104개)이 중국(88개)을 크게 앞질렀다. 종합국력으로 미국과 중국이 1, 2위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영국, 러시아, 독일, 일본,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총 메달 수 기준으로 10위권에 진입한 것을 보면 국력과 메달 수는 같이 간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금메달 기준으로 5위(13개), 총 메달 기준으로 9위(28개)에 오른 한국이 예외라면 예외다.

 서울대 지리학과 지리정보시스템(GIS)연구실이 런던 올림픽에서 각국이 획득한 메달 수를 기준으로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다. 금메달 3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으로 따져 합산한 점수를 면적으로 환산해 그린 카토그램이다. 그랬더니 한국은 동북아의 대국이 됐다. 실제 면적으로는 중국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한국이 중국의 3분의 1 크기로 커졌다. 일본과는 거의 비슷해졌다.

 ‘네이션랭킹(Nation Ranking)’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경제력(35%), 군사력(35%), 외교력(10%), 기술력(10%), 호감도(10%) 등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평가해 2011년 국력 순위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 경제력 11위, 군사력 14위, 외교력 12위, 기술력 4위, 호감도 26위로, 종합국력 11위에 랭크됐다. 2006년 중국 국무원 직속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한국의 종합국력을 9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국력에 걸맞은 성적을 거둔 것이지 예외적으로 잘했다고 할 건 아니다.

 진짜 예외는 인도다. 종합국력 15위로 평가된 인도는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없이 은메달 2, 동메달 4개로 55위(금메달 기준)에 그쳤다. 서울대 지리학과가 그린 카토그램에서 인도는 중국 변방의 소국으로 쪼그라들었다. 인도 정부에 비상이 걸릴 만하다.

 올림픽에서 선전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성(知性)의 올림픽’이라는 노벨상에서는 평화상 말고, 우리가 딴 메달이 아직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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