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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맛 저리가라, 감칠맛 나는 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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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바람이 거세다. 유행이라 할 만하다. 채식은 ‘웰빙’(wellbeing)과 ‘힐링’(healing) 등 최근의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에도 썩 잘 어울리는 개념이다.‘심신의 건강을 위해 나도 해볼까?’ 솔깃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맛이다. 고기 맛을 포기할 용기가 쉬 나지 않는다. 과연 고기 없이도 먹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서울시내 채식 맛집 5곳을 찾아가 맛내기 비법을 들었다. 고기 대신 버섯을 넣은 스테이크, 돼지고기 대신 통밀 국수로 쫄깃한 느낌을 살린 두부 두루치기, 치즈 대신 견과류 소스를 넣은 피자…. 육류·해산물은 물론이고 계란·유제품도 사용하지 않은 완전한 채식 음식에서 고기 맛 저리 가라, 감칠맛이 났다.

고기 빠진 ‘풀밭’ 요리가 이렇게 화려하다. 맛? 보이는 이상이다. 1 버섯 스테이크 2 채식쌀국수 3 새송이버섯탕수 4 두부 두루치기 5 견과류 소스 피자

고기 대신 버섯…계동 솔향기 ‘버섯 스테이크’

콩단백과 표고버섯을 갈아 고기 패티(patty)처럼 만들어 구워 먹는 요리다. 고기맛을 잊지 못하는 채식인을 위한 메뉴다. 솔향기 대표인 채식요리 연구가 이도경(45)씨는 “금연을 시작하는 사람이 전자담배를 찾듯 초보 채식인이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먹는다”고 설명했다. 재료인 콩단백은 콩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고기와 씹히는 느낌과 맛이 비슷하도록 가공한 식재료다. 베지랜드·러빙헛·요기헛등 채식 관련 식재료 전문업체에서 만들어 팔고 있다. 먼저 불려놓은 콩단백과 삶은 표고버섯에 연근·양파 등 섬유질이 많은 채소를 섞어 믹서로 간다. 여기에 글루텐 가루와 찹쌀가루·소금·후추 등을 넣어 패티를 만든 뒤 섭씨 180~200도 오븐에서 20분 정도 굽고, 먹기 직전에 프라이팬에서 부쳐 낸다. 콩단백과 표고버섯의 비율은 1대 1 정도. 야채는 전체 양의 10~20% 정도로 맞춘다. 버섯은 섬유질이 많은 기둥 부분을 주로 쓴다. 집에서 만들 때는 콩단백 대신 두부를 써도 된다.

육수 대신 채수…사당동 러빙헛티엔당 ‘채식쌀국수’

대부분의 요리엔 ‘숨은 고기’가 있다. 바로 멸치나 쇠고기 양지머리 등을 우려내 만든 육수 때문이다. 시금치 된장국, 깻잎 찜, 김치말이 국수 등 얼핏 채식요리처럼 보이는 음식에도 멸치 육수가 필수 재료로 들어간다. 그냥 물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깊은 맛이 고기국물에서 나오는 것이다. 대표적인 베트남 음식인 쌀국수도 마찬가지다. 보통 닭고기나 돼지뼈를 우려낸 육수를 기본 국물로 사용한다. 채식 전문점 러빙헛티엔당 쌀국수의 가장 큰 특징은 육수 대신 채수(菜水)를 쓴다는 점이다. 표고버섯·무·양배추·양파·당근·다시마를 큼직큼직하게 잘라 푹 삶아낸 국물이
바로 채수다. 약한 불에서 2~3시간 정도 고아만든다. 하지만 채소만 우려낸 국물엔 기름기가 없어 부드러운 맛이 나지 않는다. 이 국물에 감칠맛을 더하는 건 파기름이다. 대파의 흰 부분을 해바라기씨 기름으로 노릇노릇하도록 볶아낸 다음, 약간 탄 듯한 파 냄새가 밴 기름을 채수에 섞어 쓴다.

계란 대신 해바라기씨유…역삼동 가로비 ‘새송이버섯탕수’

버섯은 쫄깃하게 씹히는 맛 때문에 채식 요리에서 고기 대신 자주 이용되는 식재료다. 채식뷔페식당 가로비의 버섯탕수는 새송이 버섯을 세로로 어슷하게 잘라 튀겨 만든다. 튀김옷을 만들 때는 계란 대신 해바라기씨유를 약간 집어넣는다. 전분과 밀가루를 3대 1 비율로 섞은 뒤 물과 해바라기씨유·소금·후추를 넣어 반죽을 하는 것이다. 이때 밀가루를 섞지 않으면 튀김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 하지만 전분으로만 옷을 입힌 튀김은 금세 서로 붙어버려 보관이 어렵다. 집에서 튀겨 금방 먹을 요량이라면 전분만 사용한다. 소스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다. 간장과 식초·설탕·물을 1:2:2:6의 비율로 넣은 다음 무·대파·양파·통후추·건고추·계피·마늘을 넣어 30분 정도 끓인다. 이렇게 만든 국물을 식힌 뒤 레몬을 잘라 넣고 하루 정도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킨다. 이 국물에 전분을 넣고 약한 불에서 한 방향으로 저어주면서 농도를 맞추고 당근·파프리카 등 채소를 넣으면 소스가 완성된다.

고기 대신 국수…휘경동 초록뜰 ‘두부 두루치기’

고기를 뺀 두루치기에는 국수가 들어간다. 그 국수가 범상치 않다. 고소한 맛과 쫄깃한 느낌이 고기 뺨친다. 통밀 가루와 도토리묵 가루에 검정현미·찹쌀현미·발아현미·오트밀·메주콩·아마씨 등을 갈아 만든 반죽으로 뽑아낸 ‘특수 국수’다. 국수가 들어간 만큼 초록뜰의 두부 두루치기는 국물이 걸쭉해 밥 비벼먹기 좋다. 두루치기 특유의 얼큰한 양념은고춧가루·다진마늘·들깻가루·울금·소금·설탕을 섞어 만든다. 물에 양념을 넣고 끓이다 두부와 국수, 양파·버섯·당근·미나리·깻잎 등 각종 야채를 넣고 더 끓이면 완성이다. 그릇에 담은 뒤에 쑥갓과 팽이버섯·깻잎·김가루 등을 얹어 내면 된다. 고기가 빠진 음식에서 깊은 맛을 내려면 재료 하나하나가 맛이 진해야 한다. 고기맛으로 대충 얼버무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초록뜰 김복회(64) 대표는 “두부는 깊이 1032m 심해심층수로 만든 강릉두부를 사용하고 구운 소금, 유기농 설탕 등 맛있는 식재료를 골라 쓴다”고 설명했다.

치즈 대신 견과류…서교동 토마스터 ‘견과류 소스 피자’

치즈가 빠진 피자. 하지만 모양은 여느 피자와 다를 바 없다. 맛도 손색없다. 견과류 소스가 치즈의 고소한 맛을 재현했다. 견과류 소스는 호두·아몬드·땅콩·캐슈넛 등 견과류를 갈아 두유와 섞어 만든다. 단백질·지방 등 영양 성분 역시 치즈와 닮았다. 소스의 향과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아가베 시럽도 약간 넣었다. 도우를 만드는 방식도 약간 다르다. 계란 대신 올리브유를 넣었다.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도우를 얼마든지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채식 피자의 장점이다. 계란의 걸쭉한 상태를 쫀득쫀득한 반죽으로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많이 집어넣어야 했던 밀가루 양을 줄일 수 있어서다. 토마스터의 견과류소스 피자 도우는 두께가 3㎜도 채 되지 않는다. 맛은 더하면서 칼로리는 줄일 수 있는 조건이다. 도우 위에 토마토소스와 견과류 소스를 발라 섭씨 180~190도 오븐에서 5분 정도 구운 뒤 새싹채소를 얹어내면 된다. 도우를 만들기 번거롭다면 감자를 얇게 잘라 그 위에 소스를 올려 구워도 좋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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