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DP증가세는 경제침체 회복 신호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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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를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는 없다고 경제전문가들이 27일 지적했다.

앞서 이날 미국 상무부는 미국 경제가 소비지출과 정부지출의 증가, 주택 건설업의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월스트리트의 경제 및 증시 전문가는 미국 경제가 점차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올 1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성장률과 같은 1%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무부의 발표는 이러한 예상을 깬 것이다. 폴 오닐 상무장관은 "GDP 성장률 2%는 아직 우리의 기대에 못미친다"면서 "나는 미국 경제가 탄력성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점차 약화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GDP 성장률 2% 발표는 자칫 현실을 호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이자율 추가 인하 결정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릴리 린치의 브루스 스타인버그 수석 경제분석가는 "미국 경제가 쪼그라들고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올들에 이뤄진 네차례의 이자율 인하에 시장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GDP 성장은 3.1%에 이른 소비지출 증가율에 힘입은 바가 매우 크다"면서 "그러나 장기성장에 더욱 중요한 미국기업들의 자본지출은 1분기에 2.1%에 머물렀고 점차 더욱 줄고 있어 지난 90-91년 침체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헨리 윌모어 경제분석가는 "1분기 동안 투자, 특히 컴퓨터등 첨단분야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어 감소율이 1년치로 환산하면 30.6%에 이른다"면서 "첨단기술 분야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기는 하지만 지난 2-3년간 30%를 넘는 투자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거의 재난과도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이와 증권의 마이크 수석 경제분석가는 "1분기 무역적자가 줄었고 이것이 주로 국내소비 약화에 따른 수입감소에 원인이 있다는 점에 볼 때 소비지출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더구나 0.7% 증가한 정부지출도 단기적인 분기별 변동으로 해석돼 오래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런 경제전문가들의 비관적이 전망과 달리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미국 경제의 장기성장을 낙관한다고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위성연결을 통해 한 채권딜러 회의에 전달된 연설을 통해"지난 10년 간 계속된 미국 노동생산성 증가가 경제둔화로 다소 영향을 받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면서 "첨단분야에 대한 최근 몇년간의 엄청난 투자가 생산성을 계속 증가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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