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런던] 자존심 구긴 ‘넘버 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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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바예바가 7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파크에서 열린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 6차 시기에서 4m80㎝에 실패한 뒤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동메달에 그친 그는 은퇴를 4년 뒤로 미뤘다. [AP=연합뉴스]

기대가 컸던 것일까.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세계 최고의 스타 선수들이 메달을 따고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쓸쓸히 퇴장하고 있다.

 ‘미녀 새’는 날개가 꺾인 듯 주춤했다. 옐레나 이신바예바(30·러시아)는 7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파크 주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4m70㎝의 기록으로 동메달에 머물렀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기록(5m06㎝)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기대를 모았던 올림픽 3연속 금메달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신바예바는 제니퍼 수어(30·미국)와 야리슬레이 실바(25·쿠바)와 함께 4m70㎝를 뛰어넘어 일찌감치 메달을 확보했다. 하지만 수어와 실바가 4m75㎝를 성공한 반면 이신바예바는 두 번 연속 실패했다. 그는 승부수를 띄웠다. 마지막 기회에 4m80㎝에 도전했지만 결국 바를 넘지 못했다.

 이신바예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1인자다.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5m를 뛰어 넘었고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연패,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3연패를 기록했고 무려 28번의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살아 있는 전설’이다.

 이 같은 ‘스펙’에 비하면 동메달은 다소 초라하다. 그래서 이신바예바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치겠다던 계획을 수정했다. 그는 “동메달만 따고 은퇴할 수 없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 도전해 금메달을 따고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페더러(左), 펠프스(右)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31·스위스)도 올림픽 성적은 성에 차지 않는다. 메이저 대회에서 17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페더러는 237주 연속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세 번이나 출전한 올림픽에서 유독 단식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하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결승에서 앤디 머리(25·영국)에게 0-3으로 완패했다. 페더러는 ‘커리어 골든슬램(4대 메이저 대회+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도전을 선언했다.

 ‘수영 황제’도 이번 대회에서는 자존심을 구겼다. 마이클 펠프스(27·미국)는 7종목에 출전해 4관왕에 올랐지만 베이징에서 8개 종목 전관왕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100m 접영과 200m 혼영을 뺀 릴레이 종목은 동료 덕을 많이 봤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펠프스는 은퇴를 선언했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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